포르투갈의 노조 간부들이 ‘실업’이라는 글 위에 가위표를 한 마스크를 쓰고 1일 노동절 집회를 열고 있다. 2차 대규모 실업 사태가 전세계를 휩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스본/A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한 봉쇄 조처를 완화하면서 경제 회복 기대가 고개를 들지만, 2차 대규모 실업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회복은 느리고 조정은 길고 고통스러울 것”(경제협력개발기구 노동시장 분석가 안드레아 가르네로)이라는 경고다.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발표된 각국의 통계를 보면 조만간 또 한차례의 실업 대란이 닥칠 것을 예고한다고 3일 지적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는 봉쇄 조처 이후 6주간 3천만명이며, 유럽 주요 5개국의 정부 실업보조금 수령자는 3500만명 이상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줄거나 끊기면 2차 실업 충격이 많은 노동자들에게 닥칠 상황이다.
독일 연방 고용청 발표를 보면, 단기 근무감축 지원금 수령자가 1천만명이다. 이는 독일 전체 노동자의 20%를 넘는다. 프랑스의 근무감축 지원금 대상은 전체 노동자의 25% 이상인 1130만명이다. 이 가운데 100만명은 지난주에 새로 지원금을 받게 된 이들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노동시장 조건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황도 나을 게 없다.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각 주정부가 집계한 것이어서, 전국적인 실업 상황을 과소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주 금요일에 나올 4월 실업률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48년 이후 최고치인 16.1%로 예상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이런 예측치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만들어낸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질 거라는 뜻이다.
실업 대란은 다른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2분기 전세계의 노동시간이 정규직 3억명 일자리만큼 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관건은 일시적 실직자들이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빠르게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많은 국가의 정책은 기업들이 해고 대신 일시적인 근무 단축을 실시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 경제가 일시적 충격에서 벗어날 때까지 버티자는 임시변통인 셈인데, 경제 충격은 각국 정부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기업들이 고용 창출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일시적 실직자 중 다수가 장기 실업자로 전락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플로리안 헨제 이코노미스트는 2차 실업 충격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침체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고용 상황은 고용 보호 제도 등에 따라 나라마다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치를 인용하며 고용 유지 제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독일이나 일본의 실업률이 단기적으로는 미국보다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실업률이 가장 치솟을 나라로 미국과 함께 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 노르웨이, 아일랜드, 중동의 이스라엘, 남태평양의 피지,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라틴아메리카의 벨리즈를 꼽았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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