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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코로나19 위기에서 누가 최악의 지도자?

등록 2020-05-11 14:09수정 2020-05-12 02:46

국민들은 죽어나가는데 황당 언행으로 각축하는 지도자들
제트스키 타고 수변 바비큐 즐기는 브라질 대통령
보드카 마시면 코로나19 퇴치된다는 벨라루스 대통령
코로나19 언급 금지한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코로나19 위기에서 최악의 지도자는 누구인가?

코로나19 확산 위기가 5달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여전히 그 위험을 일축하며 확산을 재촉하는 ‘기행’을 일삼고 있다. 코로나19가 감기의 일종이라거나 위험이 과장됐다는 발언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확산을 막으려는 다른 공직자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죽어나가는데도, 확산을 야기하는 대규모 집회나 유흥성 이벤트도 일삼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자신이 계획했던 대규모 바비큐 파티가 무산되자, 브라질리아의 한 호수에서 제트스키를 즐기면서 수변 선착장에 마련된 바비큐를 맛보았다. 유튜브 갈무리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자신이 계획했던 대규모 바비큐 파티가 무산되자, 브라질리아의 한 호수에서 제트스키를 즐기면서 수변 선착장에 마련된 바비큐를 맛보았다. 유튜브 갈무리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 확산 위기에서 최악의 행태를 보여주는 지도자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코로나19로 자국 사망자가 1만명이 넘어가는데도 9일(현지시각) 호수에서 한가하게 제트스키를 타며 수변 바비큐를 즐겼다. 애초 그는 이날 대통령궁에서 1300명을 초대하는 대규모 바비큐 파티를 열려고 계획했으나, 여론 비난에 무산됐다. 하지만 그는 몇시간만에 브라질리아의 파라노아 호수에서 제트스키를 타는 도발을 감행했다.

그는 제트스키를 즐기다 바비큐가 마련된 수변 선착장에 접근해서는 측근이 꼬치에 끼워서 내민 바비큐를 입으로 덥석 물고 음미했다. 그러고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신경증”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70%가 그 바이러스를 극복할 것이다. 해야할 일이 없다. 광기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보건장관이 대규모 바비큐 파티는 코로나19 대응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보우소나르는 바비큐 파티를 취소하는 척 하다가 제트스키를 타면서 바비큐를 즐겨 국민들의 염장을 지른 것이다. 비판자들은 이를 “죽음의 바비큐”라고 비난했다.

보우소나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부터 “감기다”, “위협이 과장됐다”며 적극적 대응을 미루며,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재촉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동제한 등을 주장하는 주지사들과 분쟁을 벌이며, 자신의 보건장관을 해임했다. 보우소나르는 코로나19 대응에 국가 수반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이유로 의회에 탄핵요구서가 접수되는 등 국민 사이에서 탄핵 여론이 높아지자, 극우 지지층을 상대로 오히려 대규모 정치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의회·대법원 폐쇄를 촉구하고 군부 개입을 지지하는 반민주적 집회·사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10일 대통령궁 앞에서 만난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 자진사임·탄핵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2027년 1월1일 대통령궁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해 임기를 마친 뒤에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9일 2차대전 75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코로나19 발발에도 아랑곳않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9일 2차대전 75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코로나19 발발에도 아랑곳않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벨라루스는 9일 수만명이 참가하는 2차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강행했다. 서방 국가들은 물론이고, 러시아조차 전승절 기념식을 취소했지만, 벨라루스는 열병식을 강행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행사를 강행한 주인공이다.

루카셴코는 물론이고 열병식에 참여한 대부분 인사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벨라루스는 코로나19 사태 내내 이동제한은 물론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없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19를 부정하는 황당한 말로 일관하며, 본인이 솔선수범해 하키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여기에 바이러스는 없다. 바이러스가 주변에 떠다니는 것을 봤냐?”는 비과학적 말로 코로나19 자체를 무시했다. “무릎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독재세력에 항거하는 표현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퍼붓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전 세계적 정신병이자 광란”이라며 국경 폐쇄를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난한다. “보드카를 매일 마셔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 “농장에서 트랙터를 몰다보면 바이러스가 치유된다”는 ‘독특한’ 치료법을 설파하기도 한다.

1994년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에 오른 뒤 26년째 일당독재 철권통치를 이어오는 루카셴코는 오는 8월 대선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얻으려고 이동제한 등 방역 작업을 꺼리는 것이다. 봉쇄나 거리두기로 경제에 타격을 입으면 자신의 6선에 흠집이 생길것이라는 우려이다.

루카셴코는 코로나19 초기에 벨라루스에는 한명의 확진자도 없다고 자랑했으나, 10일까지 총 2만2052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12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루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올해 1월1일 어린이들과 함께 새해맞이 행사를 갖고 있다. 투르메니스탄 국영 텔레비전 누리집
그루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올해 1월1일 어린이들과 함께 새해맞이 행사를 갖고 있다. 투르메니스탄 국영 텔레비전 누리집

그루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벨라루스의 전승절 열병식에는 그루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참석했다. 벨라루스와 투르크메니스탄은 ‘코로나19는 없다’는 입장을 공유하는 나라다.

베르디무하메도프가 2006년 이후 15년째 통치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자칭 ‘코로나19 청정국’이다. 코로나19 발생이 전혀 없다는 것이 국가의 발표다.

그럴만하다. 이 나라에서는 코로나19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 학교나 공공기관에 배포되는 책자에서 코로나19 관련 단어는 삭제됐다. 관련 대화를 하거나, 마스크를 쓰면 경찰에 끌려간다. 국영 통신사의 보도에서 ‘코로나19’ 단어를 사용한 것은 지난 3월말이 마지막이다.

치과의사 출신인 베르디무하메도프도 독특한 자신의 코로나19 치료법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하말라’라는 야생 약초를 태우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중독과 싸우며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인 방법을 개발했다”며 하말라 약초를 태워서 그 연기로 공공건물 훈증소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뒤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한달간 모습을 보이지않던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지난 4월16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장면을 보도하는 텔레비전 뉴스를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코로나19 발발 이후 한달간 모습을 보이지않던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지난 4월16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장면을 보도하는 텔레비전 뉴스를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전 세계 좌파 지도자 중 코로나19 대처로 구설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앞서 언급된 보우소나르 등 극우 지도자들에 비해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황당한 언동은 하지 않았으나 무책임한 지도력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오르테가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지난 3월12일 중미 국가 정상들과의 화상회의를 끝으로 사라졌다가, 34일만인 지난 4월16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니카라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는데, 오르테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 혼자만이 코로나19로부터 피신해있다는 비아냥을 듣거나, 사망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모습을 드러낸 오르테가는 니카라과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1명뿐이라며, 일상을 정상대로 영위하는 기존의 방식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신의 신호”라며, “평화를 향한 변화를 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반미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오르테가 정부가 “지난 2년간 시위를 억압하더니 놀랍게도 팬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시위를 장려한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최악 대응을 선도한 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때부터 “감기의 일종”, “미국에서는 매해 감기로 몇만명이 죽는다” 등의 발언을 하며 최강대국 미국이 선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도쿄 올림픽 개최에 연연해 확진자를 가려내는 초기대응을 실기한데다, ‘아베노마스크’ 등 상식 이하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전국민 집단 면역 운운하다가 본인이 직접 걸려 사경을 헤메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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