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14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직에서 조기에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4일 임기를 1년 앞둔 올해 8월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대표단 회의에서 올해 8월31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본래 임기 만료일은 내년 8월 말이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가족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인 사유로 결정했다”며 건강 때문이거나 다른 정치적 야심 때문에 조기에 물러나려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브라질 출신인 아제베두는 2013년 사무총장에 선출됐으며 2017년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세계무역기구가 해야 할 과제로 내부 개혁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 회복을 꼽았다.
아제베두의 조기 사임은 미국 정부의 견제로 세계무역기구의 분쟁 해결 절차가 제 기능을 잃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세계무역기구에서 분쟁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상소 기구가 미국의 상소 위원 선임 반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국제경제연구센터(CEPII)의 세바스티앙 장 대표는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무역 시스템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무역기구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때 (사임 발표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잔여 임기는 4명의 사무차장 중 한 명이 임시로 대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에프페> 통신은 세계무역기구 내부 출신이나 아프리카 출신 등이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오르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발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는 끔찍하다.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못얻는 이익을 많이 누린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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