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제73차 세계보건회의가 18~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세계보건기구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제73차 총회가 개막됐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 속에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총회는 194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17일 오후 2시 개막됐으며, 본회의는 18일과 19일 이틀에 집중돼 있다. 개막 전부터 미-중의 장외 충돌이 뜨거웠던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사상 처음으로 ‘가상회의’ 형식으로 열린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각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 쪽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진상을 은폐했고, 고의적으로 위험성을 낮춰 보고해 세계적 대유행을 불렀다고 비판한다. 반면 중국 쪽에선 세계보건기구 차원의 조사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유죄를 전제로 한 조사”에는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헌장은 회원국 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사안을 유엔의 법원 격인 국제사법재판소로 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소 이관은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재판소의 결정이 강제성을 갖추려면 중국이 거부권을 쥐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둘째, 대만의 회의 참가 여부도 논란거리다. 18일로 열흘째 신규 확진자가 0명인 대만은 누적 확진자 440명, 사망자 7명에 그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당선 이후 중국의 반대로 차단된 총회 참가를 타진해왔다. 이미 미국 등 8개국이 공개서한을 내어 “대만에 옵서버 자격을 부여해 회의 참가를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보건총회를 볼모로 자국의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행태로, 지구적 차원의 방역 협력을 손상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미 행정부가 제약사들과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도록 계약하면서 유럽연합과 미국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열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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