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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유럽 소비 감소에…국제 패스트패션 공급망 ‘휘청’

등록 2020-05-18 19:26수정 2020-05-19 02:33

미국·유럽의 소비 감소가 동남아 의류업체 존립 위협
의류 생산 감소는 다시 면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내년 국제 면화 가격은 15년 만에 최저 수준 예상
미국 상점에서 시작된 충격이 지구를 돌아 미국 농가로
봉쇄가 완화된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에 전시된 옷들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전세계 패스트패션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봉쇄가 완화된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에 전시된 옷들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전세계 패스트패션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미국의 4월 의류 판매가 한달 전보다 79% 줄었다는 발표가 나오기 보름 전인 5월1일 국제면화자문위원회(ICAC)는 2019~2020년 수확기 기준 세계 면화 소비가 한해 전보다 11.8% 감소할 거라는 예상치를 발표했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가지 통계는 ‘패스트패션’이 주도하는 2조5천억달러(약 3천조원) 규모의 복잡한 공급망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유럽의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방글라데시나 베트남의 의류업체 일감이 줄고, 이어 인도나 브라질, 미국 면화 농가의 재고가 늘어나는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싼값의 옷을 자주 사서 입는 패스트패션이 지배하는 국제 의류산업 공급망이 코로나19로 크게 흔들리면서 과연 이전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예년 같으면 동남아 의류 제조업체들은 지금쯤 서구 패션업체들의 2021년 봄 신상품 생산 주문을 받느라 바빠야 하지만, 요즘 이들에게 들어오는 건 기존 납품 물량의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라고 신문은 전했다. 유럽 패션업계에 청바지를 납품하는 방글라데시 업체 ‘데님 엑스퍼트’의 모스타피즈 우딘 사장은 신규 주문은커녕 이미 일부 배송에 들어간 기존 물량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연락만 들어온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의류 소비가 언제 회복될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영국 패션 체인 넥스트는 4월 초에만 해도 수요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지지 않을 걸로 봤으나 한달 만에 올해 4분기(10~12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적어도 14% 감소할 거라는 수정치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막스앤스펜서 등 다른 영국 업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글로벌 패션 업체와 백화점 중 3분의 1은 이번 위기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이 어두운 전망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5월 들어 미국 중저가 의류업체 제이크루와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118년 역사의 중저가 백화점 체인 제이시페니도 지난 16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과 유럽 패션업체의 고전은 국제 공급망의 약자인 동남아 생산업체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의 관련 업계가 발주 업체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 이미 30억달러(약 3조7천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의류 공장 노동자 400만명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일자리를 잃었을 거라고 ‘방글라데시 의류제조 및 수출협회’는 추산한다. 베트남에서도 의류 생산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베트남 섬유 및 의류 협회’의 호앙응옥아인 사무총장이 전했다.

‘동남아 납품 기지’의 어려움은 제3세계를 넘어 미국 면화 재배 농민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유엔의 통계를 보면, 미국은 2018년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 등에 30억달러어치의 면화를 수출했다. 이는 오스트레일리아(14억달러), 브라질(13억달러), 인도(12억달러)의 수출액을 크게 앞서는 규모다. 국제면화자문위원회는 “세계 면화 소비 감소와 함께 가격도 계속 하락해 2018년 8월 파운드(0.45㎏)당 1달러 안팎이던 면화 평균 가격이 2020~21년에는 15년 만에 최저인 57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이후 소비자들이 값싼 옷을 시시때때로 바꿔 입는 소비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 한, 촘촘하게 얽힌 패스트패션 공급망은 코로나19 이전의 잔재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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