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본사 건물 모습. 캠브리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바이오기술기업인 모더나(Moderna)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초기단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해, 코로나19 대응에 획기적 전환점이 앞당겨질지 관심을 모은다.
모더나는 18일(현지시각) ‘mRNA-1273’이라고 이름붙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18~55살 참가자 45명에게 투여한 결과, 이들 모두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보통 4단계로 이뤄지는 임상시험의 1단계다. 모더나는 참가자들을 25㎍(마이크로그램), 100㎍, 250㎍ 그룹으로 나눠 4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투여했는데, 투여량에 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 모더나는 참가자 중 8명에게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도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밴슬은 “mRNA-1273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600명이 참가하는 2단계 임상시험을 곧 진행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수천명이 참가하는 3단계 임상시험도 7월에 시작할 계획이다. 개발 완료시에 대비해 대량생산 설비도 늘리고 있다.
모더나의 탈 잭스 최고의료책임자(CMO)는 개발이 잘 진행되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이르면 올 가을에는 응급용 백신이 준비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본사를 둔 모더나는 디엔에이(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전령RNA(mRNA)를 활용해 감염병과 희귀병 등에 관한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다.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이끄는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통제할 수도 있다는 희소식에 모더나의 주식은 이날 20% 상승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3.85% 오르는 등 뉴욕증시가 훈풍을 탔다. 백신 개발 속도전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늘은 엄청난 날”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존스홉킨스대 백신안전연구소의 대니얼 새몬 소장은 <워싱턴 포스트>에 “(모더나의 발표는) 희소식이고 앞으로 진전시킬 가치가 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보면 수많은 백신들이 1단계에서 좋아보였지만 좋은 제품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백신연구센터의 바니 그레이엄 박사도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건 임상 작업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향후 더 많은 시험을 거쳐야 백신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더나의 임상시험 결과와 관련해 한국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의 청신호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9일(한국시각)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모더나사에서 내년 상반기 대량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하는데, 일정이 훨씬 당겨질 수도 있다”며 “모더나와 같은 핵산 백신 연구를 국내에서도 최소 2개 회사나 연구기관이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작으면서도 큰 치료제·백신 개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십개의 제약사와 대학들이 연내 완성을 목표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미국의 모더나와 화이자, 독일의 바이오엔텍, 중국 캔시노,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 최소 여덟 군데에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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