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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가만 있어서’ 앞서는 바이든, 트럼프 ‘미친 존재감’ 버텨낼까

등록 2020-05-27 05:01수정 2020-08-20 16:49

[11월 미국 대선 중간 점검]
트럼프-오바마 대결구도 부각되며
민주당 후보 바이든 존재감 미미
여론조사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우세
실수 잦은 바이든에 민주당도 불안
하반기 코로나19·경제 상황이 핵심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25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미국 국가가 울리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볼티모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25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미국 국가가 울리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볼티모어/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3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73·공화당) 대통령과 조 바이든(77·민주당) 전 부통령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25일 각각 참전용사 기념지를 찾아가 장병들의 희생을 기렸다.

트럼프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최근 몇달간 우리 나라와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새로운 형태의 전투를 벌였다”며 “우리는 함께 바이러스를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의 참전용사 기념관을 트럼프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방문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집에 머물러온 바이든이 외부 공식 행사에 나선 것은 3월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무관중 텔레비전 토론 뒤 10주 만이다.

미국 전역이 코로나19로 인한 ‘자택대기’에서 단계적 정상화로 들어서면서, 그동안 바이러스에 밀려났던 대선에도 서서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만히 있는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방역 실패론에 휩싸인 트럼프를 압도하는 형국이지만, 5개월여 뒤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 오바마?

공공정책여론조사(PPP)라는 기관은 지난 18~19일 ‘오늘이 대선이라면 트럼프와 오바마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오바마(54%)가 트럼프(43%)를 11%포인트 차이로 이긴다는 것이다. 8년간 대통령을 지낸 오바마가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지만, 미 대선에서 트럼프와 오바마의 대립에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를 보여준다.

퇴임 뒤 3년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오바마는 지난달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뒤 트럼프 공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측근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완전한 혼란투성이 재앙”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지난 16일 전통흑인대학 합동졸업식 영상축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수많은 이들이 심지어 책임이 없는 척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오바마를 물고 늘어진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오바마 정부가 꾸민 사기극이라며 “오바마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오바마를 향해 “엄청 무능하다”고 비난한다. 오바마에게 부패·무능 이미지를 씌움으로써 그와 함께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을 한묶음으로 깎아내리려 하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5일 부인 질과 함께 델라웨어주 뉴캐슬에 있는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뉴캐슬/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5일 부인 질과 함께 델라웨어주 뉴캐슬에 있는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뉴캐슬/AP 연합뉴스

바이든, 존재감 부심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와 대선 국면에서 ‘미치광이’처럼 중국과 오바마, 민주당, 언론을 무차별 공격하며 한몸에 조명을 받는 반면, 바이든은 유력한 대선 후보이면서도 존재감은 ‘투명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바닥이다. 바이든은 코로나19로 미국이 국가비상사태에 돌입한 지난 3월 중순부터 외부 활동을 자제한 채 자택 지하에서 영상메시지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를 비판하며 선거운동을 대신해왔다. 생명 지키기보다 경제 살리기에 조급증을 내는 트럼프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안정적인 국가지도자의 모습으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이다.

바이든 캠프는 최근 경제, 기후변화, 이민, 건강보험 등 6개 분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기로 하는 등 정책적 내실도 강화하고 있다. <더 힐>은 특히 바이든 캠프가 코로나19 기간 트럼프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하지만 기자회견과 정책 발표 등 현직 대통령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존재감을 불뿜는 트럼프에 비하면, 바이든은 언론 노출량에서 절대적으로 열세다. 바이든이 메모리얼 데이인 25일 외부 행보에 나선 것이 자택 칩거를 끝내고 대외 활동을 강화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의 행보가 신경 쓰였는지 트위터에 “지난 50년 동안 ‘졸린 조 바이든’보다 더 중국에 약하게 군 사람은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여론조사는 바이든 우세라지만…

트럼프가 미온적이고 혼란스러운 코로나19 대응으로 비판을 받는 사이, 바이든은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폭스 뉴스>가 지난 17~20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은 53%로, 트럼프(41%)를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를 보면 바이든은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경합주에서도 트럼프보다 2~6%포인트가량 우세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낮은 실업률과 주식 활황 등 탄탄한 경제 지표를 자랑했으나, 코로나19로 자국민 10만명이 숨지고 3600만명(최근 7주)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재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서조차 바이든에게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전국 득표율에서 트럼프보다 2.1%포인트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주별 승자독식 제도에 따라 77표(304 대 227) 뒤져 패배한 악몽도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가장 큰 걱정은 실수 잦은 바이든의 경쟁력이다. 바이든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같은 날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는 “나의 40년 기록을 보라. 나는 조 바이든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쪽은 바이든의 ‘정신건강’을 공격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찰스 엠 블로는 25일 이 매체에 “바이든이 망치지 않는다면 그가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든이 집에 틀어박혀 지하에서 제한된 인터뷰만 하는 게 그의 선거운동에 지금까지 있던 가장 좋은 일일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이 우크라이나·중국과 관련된 사업체에 관여하며 고액을 받은 바이든 아들 헌터에 대한 의회 조사를 벼르고 있는 점도 뇌관이다. 미국이 하반기에 코로나19를 통제하고 경기 반등에 성공할 경우 트럼프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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