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제네바/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보건활동 자금 마련을 위한 재단을 출범시켰다.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며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자, 회원국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7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브리핑에서 “기부금 조성을 위한 독립단체인 ‘세계보건기구 재단’이 출범한다”고 밝혔다. 재단 출범으로 일반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재량권을 갖고 더 적극적인 글로벌 보건활동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그는 “세계보건기구 예산의 20% 미만이 회원국의 평가 기여금이고, 80% 이상은 특정 프로그램에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구분된, 회원국과 다른 기부자의 자발적 기여금”이라며 “세계보건기구가 임무와 의무를 이행하려면 기부자의 기반을 넓히고 자금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것, 즉 좀더 유연한 자금의 조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 재단 출범 소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초기 세계보건기구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자금 지원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가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이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당장 이날 회견에서도 세계보건기구의 최대 지원국(연간 4억달러)인 미국과의 갈등이 재단 설립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재단 설립 아이디어는 3년 전쯤 조직 개혁 방안의 하나로 직원 중 한 명이 내놓은 것”이라며 “최근의 자금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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