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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최루탄으로 길 트더니 교회서 사진 촬영만? 트럼프의 기행

등록 2020-06-02 09:16수정 2020-06-02 16:56

“각 주들이 행동 안 하면 미국 군대 배치할 것”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 발동 뜻
성경 들고 세인트 존 교회 방문해 “가장 위대한 국가”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고무탄 쏴서 트럼프 길 터
트럼프, 주지사들에 “시위 제압 못하면 얼간이”
워싱턴, 저녁 7시부터 통행금지…전날보다 4시간 앞당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폭력 시위에 군대 동원 방침을 밝힌 뒤, 백악관 근처 세인트 존 교회를 걸어서 방문해 성경을 들어보이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폭력 시위에 군대 동원 방침을 밝힌 뒤, 백악관 근처 세인트 존 교회를 걸어서 방문해 성경을 들어보이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저녁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에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렇게 선언하고 전날 밤 시위 과정에서 잠시 화재가 발생했던 백악관 인근 교회까지 걸어가서 사진 촬영을 하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40분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여러분의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며 “법을 지키는 미국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모든 연방·지역 자산과 민간인, 군대를 동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 또는 주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하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미국 군대를 배치해서 그들을 위해 문제를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 시위 진압을 위해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을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은 대통령이 반란 진압을 위해 주지사의 동의 없이도 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 발동된 것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였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나의 최고의 의무는 위대한 우리나라와 미국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렇게 말한 뒤 저녁 7시 정각 무렵, 성경을 왼손에 낀 채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 존 교회를 향해 참모들 및 경호인력에 둘러싸여 걸어 나섰다. 이 교회는 시위 인파가 모여있는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광장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백악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는 200m가 안 된다. 전날 밤 시위 과정에서 이 교회에서 불이 피어올랐다가 곧 진화된 바 있다. 트럼프의 ‘깜짝 방문’을 위해, 경찰은 트럼프의 동선에 있는 시위대를 최루탄과 고무탄을 쏴서 밀어냈다. 트럼프는 이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어보이며 사진촬영을 했다. 그는 취재진이 ‘그게 당신 성경이냐’고 묻자 “성경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다. 그게 내 생각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고 말한 뒤 다시 걸어서 7시18분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가 왜 그 교회를 갔는지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이 방문해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이 교회가 폭력 시위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법 질서 수호’에 보수층의 지지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 주변 등 워싱턴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날로 나흘째다. 시위가 방화와 약탈로 격화되자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시장(민주당)은 이날과 2일 워싱턴에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를 명령했다. 전날의 통행금지는 밤 11시부터였으나, 시작 시간을 더 앞당긴 것이다. 바우저 시장은 “시위를 평화롭게 하고자 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행금지를 지켜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트럼프의 세인트 존 교회 깜짝 방문은 이날 통행금지가 발효된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는 앞서 이날 오전 주지사들과 화상회의에서도 거친 언사로 시위대 강경 진압을 요구했다. 그는 “여러분은 제압해야 한다. 제압하지 못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여러분을 때려눕힐 것이고 여러분은 한 무리의 얼간이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대부분은 나약하다. 여러분은 사람들을 체포하고 추적하고 10년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텔레비전에 비친 폭력과 약탈 장면을 언급하면서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하고 “왜 이들을 기소하지 않느냐”고 했다.

트럼프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폭력 대응 책임자로 두고 있다고 말해, 군까지 동원한 강경 대응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케일리 매케너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서 브리핑을 받았다며 “전국에 걸쳐 추가로 연방자산 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화상회의에서 민주당 소속인 제이비(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상황을 악화한다”고 말했으나, 트럼프는 “나도 당신의 언사를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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