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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법과 질서” 앞세워 정면돌파, 대선앞 보수층 붙들기?

등록 2020-06-02 16:18수정 2020-06-02 17:25

“주지사들이 행동 안 하면 군대 배치할 것”
백악관 앞 교회 걸어가 성경 흔들며 사진촬영
법무·국방·합참의장 참여 중앙지휘센터 설치
공화당 인사 “폭도들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금광”

흑인의원모임 회장 “폭력 부르는 협박” 비판
교회 앞 사진촬영에 교계 “신성모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폭력 시위에 군대 동원 방침을 밝힌 뒤, 백악관 근처 세인트 존 교회를 걸어서 방문해 성경을 들어보이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폭력 시위에 군대 동원 방침을 밝힌 뒤, 백악관 근처 세인트 존 교회를 걸어서 방문해 성경을 들어보이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에 군대를 포함해 연방·지방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분노를 달래고 인종갈등을 해소하는 메시지보다는 ‘법과 질서’를 앞세워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태를 정면돌파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여러분의 법·질서 대통령이자 모든 평화 시위자들의 편”이라며 “법을 지키는 미국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연방·지역 자산과 민간인,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또는 주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하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미국 군대를 배치해서 그들을 위해 문제를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군대 배치의 법적 근거를 대지는 않았으나, 미 언론은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폭동이나 반란 진압을 위해 주지사의 동의 없이도 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가장 최근 발동된 것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였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에도 주지사들과 화상회의에서 거친 언사로 강경 진압을 요구했다. 그는 “여러분은 제압해야 한다. 제압하지 못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여러분을 때려눕힐 것이고 여러분은 한 무리의 얼간이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력 시위 대응을 위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참여하는 중앙지휘센터를 설치한다고 케일리 메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트럼프가 플로이드 사망 뒤 8일 만에 연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시위가 약탈·방화 등을 수반하며 과격해진 지난 주말 사이 트럼프에게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강경 메시지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쪽이 공들여온 흑인층의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며 인내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크 메도우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는 폭력 시위에 단호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후자를 택했다. 더구나 트럼프가 백악관 앞 첫 시위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밤 백악관 지하벙커로 대피했었다는 보도가 지난 31일 나온 터라, ‘약해보여선 안 된다’는 주문이 더 거셌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공화당 인사는 <폴리티코>에 “폭력적인 폭도들은 대선의 해에 트럼프에게 정치적 금광”이라며 “다만 좌파가 준 틈을 트럼프가 이용할 때만 그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로서는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가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 악화라는 위기까지 돌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성경을 끼고 백악관 앞 세인트 존 교회까지 걸어가 기념촬영을 한 것도 지지층을 겨냥한 행동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약 160m에 있는 이 교회는 역대 대통령들이 방문해 ‘대통령의 교회’로 불린다. 이 교회는 전날 밤 시위 과정에서 지하에서 불이 피어올라 곧 진화됐다. 트럼프의 ‘깜짝 방문’을 위해, 경찰은 워싱턴의 통행금지 발효시간(오후 7시) 25분 전부터 그 동선상에 있는 라파예트광장의 시위대에 섬광탄과 최루탄, 고무탄을 쏴서 밀어냈다. 트럼프는 교회 표지판 앞에서 성경을 들어보이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우리는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다. 계속 그렇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뒤 다시 걸어서 백악관에 복귀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과 행보에 비판이 잇따랐다. 미 연방의회 흑인의원 모임은 블랙코커스의 회장 캐런 베이스 하원의원(민주당)은 “군대를 부르겠다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위협과 협박일 뿐이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도 불러낸 것으로, 이는 필연적으로 폭력을 부른다”고 말했다. 텍사스 휴스턴의 아트 아세베도 경찰청장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강경 대응 주문에 대해 “건설적인 걸 얘기할 게 없다면, 그냥 입 다물고 있으라”라고 일갈했다. 군대 동원 방안에 대해서도 국방부 안에서는 “각 지역이 치안 유지를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트럼프의 세인트 존 교회 사진촬영을 두고는 종교계에서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교회를 관할하는 성공회 워싱턴 교구의 매리앤 버디 주교는 “대통령이 예수의 가르침 및 우리 교회가 대변하는 것에 반대되는 메시지를 위해 성경과 내 교구의 교회를 허락없이 배경으로 썼다”며 “나는 분노한다”고 말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시장은 트럼프의 교회 방문 길을 터주려고 경찰이 통행금지 시작도 전에 시위대를 최루탄 등으로 밀쳐낸 것을 지적하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도 미 전역에는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졌다.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마이애미, 필라델피아 등 40여개 도시에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으나 시민들은 저항하며 즉시 해산하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통행금지(밤 11시)가 내려졌으나 수백명이 그 시간 넘어서도 “손 들었다. 쏘지 마라”며 저항했다. 뉴욕의 유명 쇼핑거리인 5번가 일대에서는 통행금지 시간 전후로 일부 시위대가 안경점 등을 털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다리를 점거한 시위대가 붙잡히는 등 미 전역에서 대치와 체포가 이어졌다.

한편,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플로이드의 사인이 “경찰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 기능 정지”라며 ‘살인’으로 분류했다고 <에이피>(AP) 등이 보도했다. 앞서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예비 부검 때는 외상에 의한 질식이나 교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낸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최현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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