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뉴욕 사무실 모습. 미국이 유럽연합과 영국 등 9개국의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조사를 착수하면서 이 문제가 새로운 통상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영국, 인도, 브라질 등 9개국의 ‘디지털세 과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온라인 서비스나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를 ‘통상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유럽연합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체코, 터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활동 관련 과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한 각국의 세금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무역대표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결국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을 늦춘 전략을 다른 나라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각국이 도입하거나 도입 예정인 디지털 세금 부과 형태는 다양하다. 디지털서비스를 통해 얻은 광고나 사용료 수익에 대한 과세(DST), 온라인 서비스를 자국내 고정사업장(PE)으로 간주하고 부과하는 세금, 온라인 거래에 대한 세금 원천징수(WHT), 외국 업체에 부과하는 ‘균형 부담금’ 등이다. 또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식도 있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케이피엠지(KPMG) 자료를 보면, 유럽연합은 디지털 직접세 부과 방안은 확정하지 못했으나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2021년 7월부터 부가가치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논의를 시작한 영국은 자국에서 2500만파운드(약 38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2%의 디지털서비스 세금을 지난 4월1일 도입했다. 이탈리아는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같은 세금(세율 3%)을 도입했다. 스페인도 내년초부터 3%의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인도의 경우 2016년 균형 부담금을 외국 인터넷 업체에 부과한 데 이어, 2022년 4월부터는 온라인 서비스를 ‘디지털 고정사업장’으로 간주해 과세할 계획이다.
미국은 주요 과세 대상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이다. 이 문제를 통상 쟁점화할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조세 회피 방지 및 과세 방안 논의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인터넷 서비스와 국제간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수익에 대해 어느 나라가 세금을 부과할 것이냐는 문제뿐 아니라 외국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자국내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조세회피로 인한 손실이 2015년 기준으로 다국적기업 전체 납세액의 10%에 달하는 2400억달러(약 30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 경제 활동에 대한 과세 논의를 국제적인 조세 회피 방지 대책과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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