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이 6일 주민소환투표가 가결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오슝/AP 연합뉴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 후보로 출마해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에게 완패했던 친중 성향의 한궈위(62) 가오슝 시장이 주민소환투표로 시장직을 잃게 됐다. 대만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탄핵 또는 소환투표를 거쳐 파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가오슝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전날 실시된 한 시장 소환투표는 229만여명의 유권자 가운데 42.14%가 참여해 찬성 93만9090표, 반대 2만5051표로 가결됐다. 한 시장 소환 찬성표는 2018년 11월 실시된 지방선거 당시 한 시장의 득표수(89만2545표)를 4만여표나 넘어섰다.
앞서 대만에선 2006년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 탄핵을 비롯해 모두 13차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탄핵 또는 주민소환투표가 이뤄졌지만,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공직인원 선거 파면법’은 유권자의 25%가 투표에 참여해,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입법원 의원을 지내긴 했지만 한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가오슝 시장 도전과 함께 그의 서민적인 행보가 친중 성향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일약 전국구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 시장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국민당이 당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단번에 국민당의 차기 주자 반열에 올랐다.
문제는 지방선거 당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타이베이로 옮겨가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호언했던 그가 시장 당선 이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취임 직후부터 총통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기 위해 타이베이를 오가던 그가 지난해 6월께 총통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자, 지역 시민사회는 소환투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선거에서 국민당은 가오슝에서 총통은 물론 입법의원 선거까지 민진당에 완패했다.
대만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중 정서’도 친중 행보를 보여온 한 시장의 소환투표 가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왕쿵이 대만 중국문화대 교수(정치학)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한 시장이 당선될 때 얻은 표보다 소환투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는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가오슝 유권자들이 한 시장에 대한 불신임을 넘어 대만에 군사·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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