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 2기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만에 대한 대잠수함 중어뢰(MK-48) 18기 등 1억8천만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미군 수송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하자, 중국군 전투기가 같은 지역으로 출격했다. 대만군이 즉각 전투기를 발진시키는 등 대응조처에 나서면서 상황은 정리됐지만, 미-중 갈등 격화 속 대만해협 양안에서도 긴장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0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이른 아침 ‘군사용 보잉 737’로 불리는 미군 클리퍼 수송기(C-40A) 1대가 대만 상공에 진입했다. 해당 수송기는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출발해 대만 북부에서 서남부 해안선을 따라 비행한 뒤 바시해협을 거쳐 남중국해 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항공기가 대만 상공에 진입해 해안선을 따라 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만 국방부 쪽은 “해당 수송기는 절차에 따라 승인을 거쳐 비행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미군 수송기가 특수 임무를 띠고 특정 지역에 착륙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군 수송기가 대만 상공에 나타나자, 중국군은 곧바로 수호이 전투기(Su-30) 편대를 대만 서남부 상공으로 출격시켰다. 통상 중국군 전투기는 대만 방면으로 출격할 때 사실상 해상·공중 경계선 구실을 하는 ‘해협 중간선’을 넘지 않는데, 이날은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가 이례적으로 중간선을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전투기는 대만군이 경고방송과 함께 대응 출격에 나서자 물러갔다.
중국의 강경한 대응은 미군 수송기의 대만 상공 비행을 미국-대만 간 일종의 ‘연합훈련’으로 간주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관영매체들은 10일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미군 함정의 대만해협 항해와 함께 미군 수송기 비행을 양안관계(대만-중국 관계)의 긴장을 높이는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미군 수송기의 이례적 비행은 미군과 대만 분리주의 세력의 결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위”라며 “(중국군) 전투기가 대만에 근접한 것은 강력한 경고와 함께 인민해방군의 전시 대비 태세가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지난달 2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집권 2기 취임식에 맞춰 대잠수함 중어뢰(MK-48) 18기 등 미국산 무기(1억8천만달러 규모)에 대한 대만 수출을 승인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상륙작전 저지용인 하푼 지대함 미사일 수입도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31주년인 지난 4일엔 미 태평양함대 소속 알리버크급(만재통수 약 9천t) 구축함 유에스에스 러셀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일곱번째다.
중국 쪽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 3일 인민해방군이 동남부 해안 지역에서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한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대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리쭤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은 지난달 말 열린 ‘반국가분열법’ 제정 15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평화통일 가능성이 사라지면 분열주의자를 분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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