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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북, 역효과 낳는 추가행동 말라”…대선 앞둔 트럼프의 선택은

등록 2020-06-17 15:44수정 2020-06-17 16:52

미 국무부, 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짤막한 논평’만
트럼프 행정부, 북의 공격적 행보에 ‘절제된 경고’로 예의주시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한, ‘북한 관리’에 초점 맞출 듯
북한이 미 겨냥하면, 트럼프 재선 유불리 따라 ‘당근’ 또는 ‘채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경찰개혁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서명을 마친 서류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은 없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경찰개혁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서명을 마친 서류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은 없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북한의 공격적이고 연속적인 행동에 절제된 경고를 보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북한의 최근 행동들은 11월 대선을 앞둔 워싱턴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응에 점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현지시각), 북한을 상대하는 미 국무부는 짤막한 논평을 냈다. 국무부 대변인은 <한겨레>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남북관계에 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이 역효과를 낳는(counterproductive) 추가적인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24시간이 지난 17일 오전 2시까지도 아무런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의 소매판매량 증가, 경찰개혁, 선거 유세, 여론조사 등에 대해서만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낮 경찰개혁 관련 발표를 했으나 기자들과의 문답은 아예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교적 절제된 반응은 우선은 북한의 최근 행동들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직접 겨누고 있지는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이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연말 시한’을 제시하고, ‘성탄절 선물’을 예고했을 때에는 “꽃병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3월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쐈을 때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거리 미사일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이날 북한에 즉흥적 발언을 자제한 것은 불필요하게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하락, 흑인 사망 사건, 지지율 하락 등 발등의 불을 안고 있다. 또한 미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진의와 향후 행보에 대해 종합적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벌이는 최근 행동들의 물결은 미국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동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제재 완화 부족과 현상유지에 절망해 한국과 미국에 압박을 극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라고 분석한다. 국무부의 논평 변화도 북한의 행보를 바라보는 미국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무부는 지난 9일 북한이 남북간 통신선을 모두 폐기했을 때 “북한의 최근 행동들에 실망했다”고 밝혔고, 13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연속적인 보복 행동”을 예고했을 때는 “북한이 도발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뒤에는 “역효과를 낳는 추가적인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좀더 절박감을 드러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긴장 고조는 좋을 게 없다. 그가 주요 외교 성과로 자랑해온 ‘한반도 긴장 완화’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이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돌을 계기 삼아, ‘북한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트럼프-김정은의 정상외교가 파탄났다’고 꼬집고 있다.

심지어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비핵화와 단기적 긴장·도발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때, 북한은 중거리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 사이버 공격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한겨레>에 “북한은 미국이 ‘레드 라인’으로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할 경우 트럼프의 반응이 매우 위험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자국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최대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으면서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이 방침을 바꿀 가능성도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점은 북-미 교착을 감수하고 ‘북한 관리’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무부가 이날 “미국은 남북관계에 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미국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무부는 그동안 철도연결 등 남북협력 사업과 관련해 ‘남북협력과 비핵화 진전은 발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남북협력에 속도가 붙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은 남북관계 개선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라는 변수가 태평양을 건너오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가 엿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행동 수위가 높아질 경우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국의 유화적 태도와 미국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점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켜나갈 것이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이 경우 평화를 위해 북한에 ‘당근’을 내줄지, 강한 미국을 보여주기 위해 ‘채찍’을 꺼내들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은 전적으로 ‘어느 것이 대선 승리에 유리하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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