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한국을 때려서 미국을 으른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현 상황에 대한 국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이 결렬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전기를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 쪽에서 이런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의 관영 언론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실 보도에 그치며 논평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 <관찰자망>은 17일 “오는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차기 미국 정부가 다시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복귀할 수 있다”며 “북한으로선 대선 전 어떻게든 트럼프 행정부를 몰아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북핵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북한의 의도는 한국을 때려 미국을 움직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남한이 남북관계가 위태롭다는 점을 깨닫고 대담하게 정책을 바꾼다면 북한도 환영하겠지만,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면 남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자랑해온 미국 대북정책의 파산을 전세계에 선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앞으로 대미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피하면서 남북 간 긴장을 연출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언론도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과 미 대선과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6일 북한의 최근 일련의 행동이 “긴장 고조를 위해 정밀하게 계산된 조처”라며 “2년간의 데탕트(긴장 완화) 국면이 끝났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연락사무소 파괴는 북한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실패한 회담을 중재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라면서도 “이는 또 워싱턴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같은 것으로 워싱턴을 협박하는 쪽으로 도발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 도쿄/정인환 조기원 특파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