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 ’흑인의 B를 대문자로 쓰자. 그렇지 않으면 읽지 않겠다’고 쓴 티셔츠가 전시돼 있다. 누리집 갈무리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확산하면서, 미국 언론사 수백여 곳이 흑인이나 흑인 사회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블랙’(Black)의 ‘비’(B)를 대문자로 쓰기로 했다. 검은색을 뜻하는 단어 black(블랙)과 구분해, 흑인의 인종적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뜻이 담겼다.
19일(현지시각)<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유에스에이(USA)투데이>와 지역의 제휴 언론사 260여곳, <엔비시(NBC)뉴스>, <엠에스엔비시>(MSNBC), <버즈피드>,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 언론사 수백여 곳이 최근 흑인을 뜻하는 단어 블랙을 표기할 때 대문자 비를 쓰기로 했다.
<에이피> 등 미국 언론들은 라틴계(Latino)와 아시아계 미국인(Asian American) 등을 표현할 때 대문자를 써왔고, 흑인을 뜻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을 쓸 때도 대문자를 썼지만, 이는 카리브해 출신 등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 흑인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영향력이 크고, 전 세계 구독 언론사가 1000곳이 넘는 <에이피>통신이 이날 대문자 비를 쓰기로 기사 작성 방침을 바꾼다고 발표해, 급격한 확산이 예상된다. <에이피>는 “인종, 민족, 문화적 의미에서 흑인으로 식별되는 사람들의 역사와 정체성, 공동체에 관한 본질적이고 공유된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고, 언론계를 중심으로 ‘블랙의 비를 대문자로 써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미국흑인언론인협회(NABJ)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18일 대문자 비를 쓰자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블랙의 비를 대문자로 쓰자는 운동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흑인 중심 매체인 <에센스>와 <에보니>, <시카고 디펜더> 등은 수년 전부터 흑인을 쓸 때 대문자 비를 써왔고, 지난해 <시애틀 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가 여기에 동참했다.
흑인을 뜻하는 블랙의 비를 대문자로 쓰기로 하면서, 백인을 뜻하는 화이트(white)를 쓸 때도 더블유(W)를 대문자로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흑인언론인협회는 “인종을 쓸 때는 대문자로 쓰자”는 입장을 냈지만,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백인을 쓸 때 대문자 더블유를 써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사라 글로버 전 미국흑인언론인협회 회장은 “백인에 대한 논쟁 때문에 대문자 비를 쓰는 운동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