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국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한 지 이틀 만에 이 법에 따른 실제 제재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털사/AP 연합뉴스
지난 17일 중국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 이틀 만에 이 법에 따른 실제 제재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과 진행하고 있는 무역협상을 고려해 신장의 위구르족 집단 수용소와 관련된 중국 관리 등에 대한 제재 연기 결정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잠재적으로 25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는 무역 합의를 타결시켰다”며 “봐서 알듯이 중국인들이 상당 액수를 이미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갑자기 추가 제재를 실시했다. 중국에 (추가) 관세도 부과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어떤 제재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재무부의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소수민족에 대한 고문, 불법 구금 등에 가담한 중국 관리의 명단을 의회에 보고하고,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사증(비자)를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의회가 지난 5월 이 법을 최종 통과시킨 것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서두르라는 압박용으로 풀이됐다.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제재를 정당화할 법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2016년 국제 인권 기준을 무시하고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외국인에 대해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압박을 고려해 일단 법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로 무역협상을 망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마그니츠키법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누구도 내게 이 법을 거론하며 중국을 제재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한 행정부 내 인사들이 사석에서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위구르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탄압을 받고 있다고 미국은 꾸준히 주장해왔다. 미국은 최대 100만명의 위구르족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추정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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