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중 일부를 폴란드 등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독일에서 미군을 줄일 것”이라며 “일부는 본토로 돌아오고, 일부는 폴란드를 포함해 다른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독일 주둔 미군을 현재 3만4500명에서 2만5천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한 발 나아가 이 가운데 일부를 폴란드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로이터>는 폴란드 매체를 인용해, 미국이 폴란드에 추가 배치하는 미군은 2천명이 될 수 있고, 미 켄터키주 육군 일부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에프-16(F-16) 부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주둔 미군의 상한선은 5만2000명인데, 감축이 이뤄질 경우 상한선의 절반이 독일에 주둔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미국·러시아 사이에서 잘못된 행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사는데 수십억 달러를 내고 있다”며 “당신(독일)들은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쓰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러시아로부터 지키고 있다. 이는 매우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나토 회원국들이 약속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 2%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빚을 지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 목표인 2%도 낮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공정하게 분담할 때에만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는 국방비 지출 비율 2%를 달성한 8개 국가 중 하나라고 칭찬하며, 폴란드와 방위협정에 서명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비슷하게 주한 미군과 관련해서도 불만을 토로해 왔다. 최근 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과 대규모 주한 미군 주둔에 불만을 나타내며 방위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하라는 식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군 축소 움직임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 군사위원회 의원 22명은 지난 9일 “(미군 감축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크게 해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러시아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두다 대통령의 방미는 28일 폴란드 대선을 나흘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두다 대통령이 선거 운동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다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백악관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기도 하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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