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라구아디아공항 터미널에 내걸린 코로나19 안내판에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주들이 표시되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재봉쇄’ 필요성이 제기될 정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실제 감염자 숫자가 2천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추산이 나왔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5일(현지시각) 전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10배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레드필드 국장은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이 많다”며 “현재 보고된 코로나19 감염 1건당 10건의 감염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보면,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25일 기준으로 242만2299명이며 사망자는 12만4410명을 기록했다. 실제 감염자 숫자가 공식 확진자 통계의 10배라면, 무려 2422만여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드필드 국장은 또 미 국민의 5~8%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검사 외에 헌혈 등과 같은 혈액 표본 조사를 통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 비율을 약 3억2980만명인 미국 전체 인구에 적용하면 최소 1650만명에서 최대 2640만명에 이른다.
공식 통계와 추정치의 격차가 이렇게 큰 것은, 그동안 심각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검사 건수가 25일 사상 최고치인 64만건을 기록하는 등 검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의 비중이 좀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레드필드 국장은 말했다.
미국에서는 적어도 30개 주에서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주보다 증가하고, 텍사스·플로리다·미시간 등 13개 주는 그 증가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남부와 중서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특히 많이 늘고 있다. 전주보다 확진자가 감소한 지역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등 11개 주에 그쳤다.
특히 전체 인구의 27.4%를 차지하는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주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신규 확진자가 24일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25일에는 캘리포니아의 신규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서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존스홉킨스대 등에 통계를 제공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추적 프로젝트’의 집계를 보면, 이들 3개 주를 비롯해 미주리·오클라호마·사우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몬태나·네바다·애리조나·아이다호 등 11개 주가 23~25일 사이에 하루 신규 확진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그레고리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5일 추가적인 봉쇄 완화 조처를 중단하고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확보 명령을 내렸다. 애벗 지사는 입원 환자가 급증하는 오스틴 등 4개 카운티에서 긴급하지 않은 수술을 중단시켰다. 플로리다주도 추가적으로 봉쇄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 대처에 16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입하기 위한 긴급 예산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입원 환자가 계속 늘면 추가 경제 재개를 중단하거나 봉쇄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들 3개 주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27.4%를 차지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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