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9일 방영된 <폭스 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진행자인 크리스 월러스와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3일(현지시각) 대선에서 질 경우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한 채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가짜”라고 부정했고, 우편투표가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녹화해 19일 방영된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인 크리스 월러스가 ‘꼭 11월 대선을 말하는 게 아니더라도, 당신은 전반적으로 선량한 패자(good loser)냐’고 묻자 “나는 선량한 패자가 아니다. 나는 패배하는 걸 싫어한다. 너무 자주 지지도 않는다”고 대답했다.
월러스가 ‘(패배시) 품위를 지키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볼 때까진 알 수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우편투표를 또 문제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선거를 조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월러스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라면서도 “나는 지켜봐야 한다”고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월러스는 다시 ‘당신이 진다고 내가 말하는 건 아니지만, 패자가 승자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국가가 하나로 뭉친다는 원칙에 지금 약속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 얘기는, 그때 가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초조하게 두겠다.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월러스가 재차 ‘선거 결과를 인정할 거라고 직답을 할 수 있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봐야 한다. 나는 ‘예스’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고, ‘노’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다”라며 “나는 지난번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도 월러스가 진행한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에서 대선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결과 수용 여부에 대해 “나는 당신을 초조하게 두겠다”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들에 대해 “모두 가짜 여론조사들이기 때문에 나는 지지 않는다. 2016년에도 가짜였고, 지금은 훨씬 더 그렇다”고 말했다.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바이든 후보 캠프는 대변인 성명을 내어 “미국인들이 이번 선거를 결정할 것이고, 미국 정부는 무단침입자를 백악관에서 끌어낼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신건강을 문제 삼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바이든은 두 문장을 함께 구사하지 못 한다”며 “대통령이 되려면 예리하고 강해야 하는데 그는 대통령 되기에 유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4살 많은 바이든(77) 전 부통령에게 인지능력 검사를 해보자고 주장했다. 자신이 지난 2018년 35문제를 모두 맞혔다고 밝혔던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 대결을 해보자는 것이다. 월러스가 ‘그 테스트는 그림을 놓고 ‘뭐냐’고 물으면 ‘코끼리다’라고 답하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테스트’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 몇 문제는 쉽지만 마지막 다섯 문제는 당신도 못 풀 것”이라며 “조 바이든은 그 문제들을 못 맞출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은 정신적으로 망가졌다”며 “바이든도 이런 인터뷰를 하라고 하라. 그는 엄마를 울부짖으며 땅바닥에 있을 것이다. ‘엄마, 엄마, 나좀 집에 데려다 줘요’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내 코로나19 급증의 심각성을 낮춰 말하고 전문가들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는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우리가 전세계에서 최고의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방어하고, 플로리다주 등 확산세가 심한 지역들에 대해서도 “통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지 마라’, ‘중국발 입국을 막을 필요 없다’, ‘바이러스 지나갈 것이니 걱정 마라’고 자신에게 말했다며 “파우치는 일부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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