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의 한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투명 보호대를 착용한 채 태권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처가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과 불건전한 식습관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9일(현지시각)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에 집에 머물던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청소년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코로나19가 성인이 된 이후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연구자들은 베로나 지역 체질량지수(BMI) 30 수준의 과체중 청소년(6~18살) 41명의 지난 3월10일 이후 생활을 2019년 5월과 비교한 결과를 학술 저널 <비만>(Obesity)에 발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봉쇄 이후 텔레비전 시청이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기 이용 시간이 2019년 5월의 하루 2시간 45분에서 7시간 36분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반면, 운동 시간은 일주일에 3시간 36분에서 1시간 17분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수면 시간은 하루에 39분 늘어난 9시간 6분을 기록했다. 또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감자칩과 붉은 고기류, 설탕이 든 음료 섭취는 상당히 늘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봉쇄 조처로 운동이 부족해지는 현상은 미국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이 10살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육체 활동이 50% 가까이 줄었다고 잡지는 전했다.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은 학교가 정상화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부모들이 어린이들을 자동차로 통학시키고, 학교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체육 시간을 줄이고 움직임도 자제시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방과후 체육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이런 우려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 연구소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지난 5월초 10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9%는 봉쇄 기간동안 자녀들이 운동에 흥미를 잃었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18%는 봉쇄가 풀린 이후에도 자녀들이 다시 운동을 시작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반응했다. 게다가 부모의 절반은 자녀들이 운동을 하다가 코로나19에 걸릴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부모들의 반응은 소득 격차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연 소득이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 이상인 부모들의 60%는 자녀들이 봉쇄가 풀린 뒤 다시 운동을 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연 소득이 5만달러(약 6천만원) 이하인 부모 중에서는 44%만 자녀들이 다시 운동을 할 거라고 답했다.
애스펀연구소의 스포츠 및 사회 프로그램 책임자 존 솔로몬은 운동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비만의 위험뿐 아니라 담배나 마약에 중독될 가능성도 적다며 “코로나19가 운동을 죽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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