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다고 중국이 밝힌 가운데, 21일 밤 영사관 안 뜰에서 문서 소각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에 소방차 등이 몰려와 있다. 휴스턴/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미국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앞에 소방차가 출동해 대기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날 저녁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뜰에서 서류가 소각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총영사관은 미국 측의 통보를 받고 곧바로 중요 문서 소각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AP 연합뉴스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다고 중국이 22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미국이 21일 갑자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고<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쪽의 반응인 설명은 아직 없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일방적인 정치적 도발로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한 것이며 중-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훼손했다”며 “중국은 미국의 난폭하고 부당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휴스턴 총영사관의 외교 사절과 직원 등이 폭탄 테러 등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21일 저녁 8시께 주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안 뜰에서 문서 등을 불태우고 있는 장면들이 목격됐다고 <휴스턴 크로니클>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영사관 밖에서는 종이 타는 냄새와 함께 많지 않은 연기 등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현지 언론 <케이피아르시2>(KPRC2)가 전했다. 현장에 있는 한 관계자는 이 매체 인터뷰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으나 영사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 대변인은 “21일 미국이 갑자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휴스턴 경찰 관계자는 <케이피아르시2> 인터뷰에서 주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등에 거주하는 직원 등이 24일 오후 4시까지 퇴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중국은 휴스턴총영사관 외에도 워싱턴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4곳에서 영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로 영사관 철수를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6년 대선개입 의혹을 이유로 갈등을 겪던 가운데 2017년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한 데 맞대응해 트럼프 행정부는 샌프란시스코의 러시아 총영사관과 워싱턴 소재 대사관 부속건물, 뉴욕 영사관 부속건물 등 총 3곳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중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 조처를 내린 이유는 물론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책임론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문제, 남중국해 등에서의 영토 분쟁 등 온갖 사안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법무부는 21일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정보를 비롯해 각종 기업정보를 10여년간 해킹해온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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