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시카고와 앨버커키 등 주요 도시에 연방 법집행 요원들을 대거 보내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대선 전략으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레전드 작전 확대…유혈사태 종식돼야”
<로이터> 통신과 <시엔엔>(CNN) 등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폭력 범죄대응 행사 연설에서 “폭력 범죄에 시달리는 미국 지역 사회에 대한 연방 법집행이 급증할 것”이라며 연방 법집행 인력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폭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초 연방 정부가 만든 ‘레전드 작전’ 프로그램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전드 작전은 미 연방수사국(FBI), 연방보안관실, 마약단속국(DEA) 등 연방 법집행 인력을 최근 폭력 범죄 대응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말 캔자스 시티에서 자는 도중 총에 맞아 사망한 4살 레전드 탤리페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를 대표적인 범죄 증가 지역으로 꼽으면서, “이 유혈사태는 반드시 종식돼야 한다.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연방 요원 200여명을 캔자스시티에 파견했고, 비슷한 규모의 요원을 기존 팀을 보강하기 위해 시카고로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35명의 요원들이 뉴멕시코의 앨버커키로 갈 것이며 다른 도시들도 나중에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이 지난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카고/AP연합뉴스
■민주당 시장 “용납 못해”…트럼프 대선전략 일환 비판
뉴멕시코주 상의의원인 마틴 하인리히(민주당)는 앨버커키가 작전 대상이 된다는 소식에 “포틀랜드에서 발생한 혼란을 고려할 때, 나는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이 앨버커키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할 것”이라고 본인 트위터에 밝혔다.
로리 라이트풋(민주당) 시카고 시장도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군대가 시카고에 와서 주민들을 위협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뉴욕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등을 거론하며 시위 진압을 위해 연방 요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 전역 시위에서 동상·기념물 철거와 훼손 시도가 잇따르자 지난달 연방 차원의 단속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최근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내세운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연방 인력이 투입되는 주요 지역은 민주당 주지사와 시장이 이끄는 곳이고, 이들 지역 기관장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을 위한 곳이지, 범죄자들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미국 도시에 대한 저의 비전은 급진 좌파가 추진하는 무법 상태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지역 경찰을 해체하고 해산하려는 좌파 성향의 움직임에 따라 폭력 사태가 증가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20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팔짱을 낀 채 ‘엄마의 벽’을 만들어 행진하고 있다. 포틀랜드/AP연합뉴스
■ 2천명 투입된 포틀랜드…“연방요원 투입이 사태 악화시켜”
50일 넘게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2주 전 연방 요원 2000여명이 투입된 뒤 오히려 시위 양상이 심각해졌다. 군복 비슷한 옷을 입은 연방 요원들은 최루가스와 고춧가루 스프레이 등을 마구 뿌리며 시위 진압에 나섰고, 무차별적으로 시위대를 연행했다.
이런 광경을 본 포틀랜드 여성들은 스스로 ‘엄마의 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20일께부터 시위대 보호에 나서고 있다. 자전거 헬멧과 노란색 옷을 입고 꽃을 든 이들은 시위대의 맨 앞에 서서 연방 요원의 무차별적 폭력에 맞서고 있다. 수십 명으로 시작한 엄마들의 벽은 22일 현재 페이스북 모임에 가입한 이들이 9000명을 넘었다.
오리건주는 미국에서도 ‘이상한 주’로 불린다. 백인이 전체 인구의 8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와 달리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1988년 이후 대선에서 쭉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