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지난 2018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성명 채택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하고 있다. 이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의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AP 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후 계속되는 현상이다.
미국은 세계적 지도력에서 독일에 한참 못미치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135개국의 1천명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요국의 세계적 지도력 평가에서 미국은 33%를 얻는데 그쳤다. 독일이 44%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독일에 이은 2위이나, 3위인 중국에 비해서는 겨우 1%포인트, 러시아보다는 3%포인트만 앞섰다. 이번 조사는 미국 독일 러시아 중국 4개 나라만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조사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에 조사된 것이어서, 코로나19가 가장 만연한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갤럽은 지적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반영되면, 미국의 지도력 추락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기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은 이 조사에서 독일에 근소한 차이로 뒤진 2011년을 제외하고는 1위를 차지해왔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재임년도인 2016년에 48%를 얻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무려 18%포인트가 하락한 30%를 기록했다. 이는 갤럽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07년 최악의 수치이다., 이전 최저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8년 34%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트럼프의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의 최저인 34%에도 못미치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의 지도력에 평가는 전통적 우방이 있는 유럽에서 가장 낮았다. 미국의 업적에 대한 반대가 61%였고, 찬성이 24%에 불과했다. 영국에서는 반대가 65%, 찬성이 25%였다. 독일에서가 최악이었다. 독일에서는 반대가 78%이고 찬성은 12%에 불과했다.
한국에서는 지지가 41%로 아시아 평균보단 높았지만, 반대가 더많아 47%였다. 찬성 비율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마지막 해인 2016년의 53%를 크게 밑돌았다.
아시아에서는 찬성이 32%,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34%였다. 아프리카가 52%로 가장 높았지만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9년 8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는 그 반대임을 보여줬다.
갤럽의 편집장 모하메드 유니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이나 국제사회 질서에서 매우 불확실한 시기에 가장 예측가능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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