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코로나19에 발 묶인 아프리카 유목민…“7천년 이어온 삶 포기할 판”

등록 2020-07-29 11:34수정 2020-07-29 13:57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초원지대 유목민 국경 봉쇄로 갈 곳 잃어
식량농업기구, “건조지대에 최적화한 지속 가능한 삶 보호 시급”
코로나19 여파로 아프리카 유목민들이 목초지를 찾아 돌아다니지 못하면서 이들이 7000년을 이어온 생활 방식이 위협받고 있다. 유목민들이 키우는 가축들이 공터에 묶여 있다. 식량농업기구(FAO) 자료 사진
코로나19 여파로 아프리카 유목민들이 목초지를 찾아 돌아다니지 못하면서 이들이 7000년을 이어온 생활 방식이 위협받고 있다. 유목민들이 키우는 가축들이 공터에 묶여 있다. 식량농업기구(FAO) 자료 사진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적도 근처 열대우림 사이 초원지대에 사는 유목민 1천만명 가량이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7000년동안 이어온 생활을 포기할 상황에 몰렸다. 초원을 옮겨다니며 가축을 키우는 이들은 건조지대 자연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아프리카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등의 국경을 넘나드며 생활하는 목축 유목민들의 위기 상황을 조명하는 현지 보고를 내놨다.

모리타니와 인근 국가들은 그동안 유목민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가축을 키우는 걸 보장해왔으나, 지난 3월 중순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다. 바이러스 걱정 때문에 국내 이동도 제한되긴 마찬가지다.

이런 조처의 최대 피해자는 1천만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서부·중부 아프리카 유목민들이다. 최근 이 지역에 다시 가뭄이 심해지고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테러가 증가하는 것도 이들의 삶은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목초지를 찾기 어려워진 유목민들은 현지 농민들이 일군 농지 주변에 낙타, 소, 양, 염소 등을 풀어놓고 있으며, 이 때문에 현지 농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식량농업기구는 전했다.

한평생 초원지대에서 목축을 해온 오울드 네 살렘(68)은 “3달동안 모리타니와 말리의 국경 지대를 떠돌고 있지만 가축들의 먹이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비가 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1969년의 대가뭄 이후 이렇게 힘든 때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한평생을 이어온 목축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는 유목민 오울드 네 살렘. 식량농업기구(FAO) 자료 사진
한평생을 이어온 목축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는 유목민 오울드 네 살렘. 식량농업기구(FAO) 자료 사진

네 살렘은 땅에 정착해 사는 농민들과 갈등이 심해지는 것도 삶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목초지를 찾아 돌아다닐 수 없게 된 유목민들이 현지 주민의 동의 없이 짚이나 나무 등을 이용하곤 하면서 다툼이 잦아진다는 것이다.

유목민들이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경 파괴 우려도 높아진다고 식량농업기구는 지적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아프리카 초원지대 유목민들은 녹지 조성·관리 책임은 지지 않으며 땅을 황폐화시키는 사람들로 취급됐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했다.

건조한 초원지대에서는 한 곳에 정착해 목축업을 할 경우 환경을 급속도로 고갈시킨다는 걸 연구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유목민들이 옮겨다니며 목초지를 이용한 덕분에 자연이 회복될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7000여년을 이어온 유목민의 생활 방식이 자연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환경 친화적 삶이라는 이야기다.

식량농업기구는 유목민들에 대한 몰이해와 배제, 이들의 자연 이용 권리 침해, 목초지의 감소, 동물 전염병 증가, 일부 유목민의 군사집단화와 여기서 파생된 폭력 등을 아프리카 유목민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했다. 식량농업기구는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차드의 국내총생산 중 25%가 목축업에서 나오고 전체 인구의 13%가 목축업에 종사한다며 이들을 보호할 국제 협력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