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들이 미 하원의 독점 관련 청문회에 불려나왔던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30일(현지시각)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의회 청문회에 원격으로 참석해 선서를 하는 4개 회사 최고경영자들. 워싱턴/AP 연합뉴스
독점 문제로 최고경영자들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왔던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빅4’ 업체의 독주가 2분기 실적에서 재확인됐다. 4개 업체는 30일(현지시각) 일제히 증권가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구 이동이 줄면서, 애플의 정보기기와 페이스북·구글의 광고, 아마존의 물품 배송이 이어지는 ‘인터넷 연결고리’가 더욱 굳건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아마존은 2분기에 매출액 889억달러(약 105조8천억원), 순이익 52억달러의 실적을 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증권가의 전망치를 넘는 것이다. 특히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40%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서도 지난해보다 29% 늘어난 10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애플도 휴대형 정보기기와 앱 이용 증가에 힘입어 매출액 597억달러, 순이익 112억달러의 분기 실적을 냈다. 매출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11%, 12% 증가했다. 주력 품목인 아이폰의 매출은 264억2천만달러로 2% 정도 느는 데 그쳤지만, 앱 판매와 음악 서비스 등을 포함한 서비스 매출은 15% 증가했다.
페이스북도 증권가의 기대를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난 186억9천만달러였고 순이익은 51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이용이 늘면서 평균 월간 이용자가 지난 1분기 26억명보다 1억명 많아졌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증시 상장 이래 첫 매출 하락을 기록했지만, 증권가의 기대치보다는 실적이 좋았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2% 감소한 383억달러, 순이익은 30% 줄어든 64억달러였다. 알파벳은 2분기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의 매출이 43% 늘었고 광고도 온라인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렌트 실 분석가는 “인터넷이 애플의 기기, 페이스북의 광고, 아마존의 배송을 연결하는 접착제 구실을 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더 영구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플과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 업체의 독주는 정치권뿐 아니라 증권계에서도 문제가 된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505개 대형 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S&P 500’ 지수에서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중은 최근 22%를 넘어섰다. 이는 정보기술 업계 선풍과 함께 상위 5개 기업 비중이 최고치에 달했던 2000년의 18%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당시 5개 상위 기업에는 정보기술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인텔 외에 전통 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과 엑손모빌도 포함됐다. 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독주는 많은 기업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하고, 주가 지수가 몇몇 기업에 좌우되는 경향을 낳는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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