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당들이 2일(현지시각) 오는 12월6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 거부를 선언했다. 사진은 선거 거부를 주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카라카스/A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야권이 오는 12월로 예정된 총선을 거부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서로 ‘정당성 있는 정부’라고 맞서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해법을 못 찾고 정치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들은 12월6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 거부를 2일(현지시각)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베네수엘라 27개 야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12월6일 마두로 정권이 치르려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거 참여가 “독재 정권의 전략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거부에는 미국 등 50여 개국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과이도 국회의장의 ‘민중의지당’ 등 주요 야당들이 동참했다. 야권은 지난 2018년 대통령 선거도 같은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들은 “베네수엘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독재 정권 아래서 인권 위기를 겪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투명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는 베네수엘라 국가 기관 중 유일하게 마두로 대통령이 장악하지 못한 기관이다. 현재는 과이도가 이끄는 민중의지당 등 4개 정당(이른바 G4)이 국회내 주요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야당이 선거를 거부해 국회도 여당이 장악하게 될 경우 과이도의 행보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과이도가 국회의장 직을 잃게 될 경우 그를 구심점으로 한 야권의 반정부 투쟁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가 미국의 지지를 받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야당은 총선에서 패배할 것을 알기 때문에 총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선거 거부는, 친 마두로 성향의 대법원이 선거관리기구 구성을 결정한 직후 나왔다. 헌법상 선거관리기구는 의회에 구성 권한이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