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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벨라루스 “대통령 퇴진” 20만명 시위…루카셴코도 맞불 집회

등록 2020-08-17 09:11수정 2020-08-17 09:25

시민 분노 커져…“이렇게 대규모 시위 처음”
대통령도 맞불 시위 ‘외국 세력이 배후’
프란치스코 교황 “사태 악화 안되게 대화”
최근 6선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선거와 장기집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에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최근 6선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선거와 장기집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에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섯 번째 연임에 항의하는 벨라루스 시민들의 시위가 8일째로 접어들면서 시위 규모도 20여만명대로 커지는 등 부정선거에 대한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 쪽은 맞불 집회를 열고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16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보도 등을 보면, 이날 오후 벨라루스 시민 22만명이 수도 민스크 시내 북쪽 승리자 대로에 있는 오벨리스크 앞 광장에 모였다.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된 ‘흰색-빨강색-흰색’의 깃발과 풍선, 꽃 등을 들고나온 시위대는 ‘루카셴코는 퇴진하라’, ‘루카셴코를 호송차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민스크에서 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강경 진압을 했던 경찰과 폭동진압 특수부대인 ‘오몬’ 요원들은 이날 시위에 개입하지 않고 시내를 벗어났다.

벨라루스에서는 1994년부터 집권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9일 대선에서 8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6선에 성공하자 부정선거와 그의 장기집권에 항의해 날마다 대규모 저항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과 대선 재실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 현재까지 7천명 이상 체포되고, 최소 2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화상회의를 열어 대선 조작과 시위대 탄압 등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6선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선거와 장기집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최근 6선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선거와 장기집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 3만여명도 이날 낮 민스크 시내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시위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요청으로 친정부 단체 ‘벨라야 루시’가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집회에 참석해 “오늘 여러분들을 부른 것은 나를 보호해 달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조국과 독립을 지키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군이 우리 문 앞에서 탱크 바퀴 소리를 내고 있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와 우리 형제국인 우크라이나도 우리에게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끌려가면 우리 민족은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야권 시위의 배후에 외국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시위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벨라루스 시위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타> 통신은 루카셴코와 푸틴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 다시 통화하고 외부 간섭으로 벨라루스 상황이 악화하면 양국이 집단안보조약에 따라 공동 대응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민스크 독립광장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맞불 시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민스크 독립광장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맞불 시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현재 벨라루스 시위대가 ‘반러시아’가 아닌 ‘반 루카셴코’를 외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자칫 ‘반러시아’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벨라루스 사태에 우려를 표시했다. <바티칸뉴스> 등을 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내 사도궁 집무실에서 성베드로 광장을 바라보며 진행한 주일 삼종기도 훈화에서 “벨라루스의 대선 이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사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정치권과 시민사회 양쪽에 대화와 더불어 폭력에 대한 거부, 정의와 시민권에 대한 존중 등을 촉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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