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달러 금융 동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달러 금융 동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1분기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에서 미국 달러로 결제한 비율이 사상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두 나라 간 무역 중 달러 결제 비중은 2019년 51%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46%로 줄었다.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로 결제한 비중은 3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루블이나 중국 위안화로 거래한 비중 또한 사상 최고인 24%로 집계됐다. 1분기 두 나라의 무역량은 253억달러(약 30조원) 규모다.
달러 탈피 움직임은 중국의 수입 결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중국이 러시아에 지급한 무역 대금 중 달러 비중은 33%로 지난해의 38.7%보다 5.7%포인트 줄었다. 유로 비중은 50.8%로 지난해 45.6%보다 5.2%포인트 늘었다. 반면 러시아가 중국에 지급한 대금 중 달러 비중은 61.2%로 지난해보다 2.7%포인트 주는 데 그쳤다.
일본 매체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일부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달러 탈피 시도가 금융 동맹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걸로 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의 알렉세이 마슬로프는 “두 나라의 탈달러 움직임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상황”이라며 “많은 사람이 두 나라의 군사나 무역 동맹에 주목했지만, 지금 더 활발한 움직임은 금융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에서 달러 사용을 줄이려는 두 나라의 시도는 2014년부터 본격화했는데, 당시 더 적극적인 쪽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피하는 수단으로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달러 의존 줄이기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관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쩍 자주 언급하고 있다”며 위안화의 국제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중화권경제연구 책임자 딩솽은 “과거에는 위안화 국제화가 달성하면 좋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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