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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벨라루스 대통령, 22만명 시위에 “권력 재분배” 의사 밝혔지만…

등록 2020-08-18 08:34수정 2020-08-18 20:13

17일 “헌법 개정 통해 권력 나눌 수 있어”
재선거 요구는 “죽기 전에는 안돼” 일축
헌법 개정에 수년 걸려…시간 끌기용 분석
벨라루스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얼굴에 X 표시를 한 그림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당한 이들의 사진을 든 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벨라루스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각)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얼굴에 X 표시를 한 그림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당한 이들의 사진을 든 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여섯 번째 연임에 성공한 뒤 강력한 부정선거 역풍을 맞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권력을 나눌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시위대의 재선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가 밝힌 권력 재분배 방법은 수년이 걸릴 수 있는 ‘헌법 개정’이어서, 눈 앞의 위기를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 핑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비시>(BBC)와 <알자지라> 보도 등을 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권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며 “이미 권력 재분배를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 대한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에는 민스크 시내에서 벨라루스 역대 최대 규모인 22만여명이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독립한 1994년부터 26년째 대통령을 맡고 있으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와 야당 등이 요구하는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그는 “여러분은 불공정한 선거를 얘기하면서 공정한 선거를 원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답하겠다“며 “우리는 이미 선거를 치렀다. 여러분이 나를 죽이기 전에는 재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나눠주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번 선거를 무효화하고 다시 대선을 치르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재선거 일축 발언에 현장에 있던 파업 노동자들은 “떠나라”고 야유했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연설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운데)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만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운데)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만나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노동자들의 이런 반응은 벨라루스 시민들이 ‘권력 재분배’보다 ‘재선거 불가’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자지라>는 “루카셴코가 권력 재분배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헌법을 바꾸는 것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루카셴코의 발언을 시간을 벌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루카셴코 대통령과 대결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진영은 이날 전체 노동자들에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리투아니아에 머무는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새로운 동영상 성명을 통해 “국가 지도자가 돼 새로운 대선 실시 여건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가 지도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떠맡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당국에 체포된 유명 반체제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그는 “나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운명은 나에게 독단적인 통치와 불의에 대항하는 전선에 서게 했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 9일 선거에서 1994년부터 철권통치로 장기집권을 지속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민스크자동차공장, 민스크트랙터공장, 칼륨비료공장인 ‘벨라루시칼리’ 등의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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