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치품 소비가 급격하게 회복하면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상하이의 고급 귀금속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투자와 건설 촉진에 집중하면서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사치품과 고급 자동차 등의 판매는 급증하지만 1인당 소비는 감소하는 소비 양극화 양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중국의 고급품 소비가 지난 3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국 사치품 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고급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 등을 거느린 프랑스의 모엣헤네시루이비통(LVMH)은 2분기 중국 매출이 65%나 증가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의 경우 6월 매출이 1년전에 비해 50% 이상 늘었고 7월 매출 증가율은 60%를 넘겼다.
지난 2년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자동차 판매도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고급 차의 5~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이상 늘었다. 특히 상하이의 경우 2분기 고급 차 매출이 지난해 2분기의 2배에 달하면서 판매업체들이 가격 할인폭을 줄이거나 아예 할인해주지 않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베엠베(BMW)의 판매점 관리자는 “평소보다 훨씬 판매가 잘된다”고 말했다.
값비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판매점 방문도 급증하면서, 상하이의 ‘아이에프시(IFC) 몰’은 매장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구찌, 디오르, 에르메스 등이 몰려 있는 이 상점가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하도록 이런 조처를 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고급품 시장의 호황과 대조적으로 일반인의 소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도시민 1인당 소비’가 1분기에 9.5% 준 데 이어 2분기에도 6.2% 감소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핀테크 기업 ‘제이디(JD) 디지츠’의 선젠광 수석 경제학자는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층은 경제 하락세의 예봉을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다”며 중하위층의 실업률이 전국 평균인 5.7%의 2배는 될 걸로 추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6월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서 연 소득 30만위안(약 5100만원) 이상의 응답자만 2분기에 소득이 증가했다고 답했다며 소득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 요인으로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꼽힌다. 중국 정부가 건설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금을 푼 덕분에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고, 그 혜택은 자산이 많은 부유층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호황은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많은 나라가 소비 촉진을 위해 일반 가정에 직접 지원금을 주는 데 적극적인 반면 중국은 가계소득 보전을 위한 지원책이 빈약하다. 많은 지자체가 실업 수당 지급 등 소득 보전 지원책을 시행하지만 지원 액수가 너무 적다. 이런 혜택마저 다른 지역에서 옮겨와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의 왕준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며 “이는 결국 전반적인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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