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고 트루스하임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자스니츠 지구당 위원장(오른쪽)과 크리스티네 칠머 부위원장이 자스니츠항구의 ‘노르트스트림2’ 공사 현장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사업 중단 압박이 계속 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초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자스니츠/EPA 연합뉴스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수송하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날로 노골화하면서 독일에서 주권 침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테드 크루즈 등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이 독일 북부 자스니츠 항만 운영사에 편지를 보내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에 계속 참여하면 ‘치명적인 법적,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게 알려지며 독일이 발칵 뒤집혔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들의 편지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천연가스관 사업 중단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5일 보내진 것이다.
편지 내용이 알려지자 항만 운영사의 지분 90%를 소유한 자스니츠 지방정부가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크 크라흐트 시장은 “미국은 우리 지자체와 독일 정부 그리고 유럽의 주권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여야 정치인들도 미국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보복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위르겐 트리트 녹색당 외교담당 대표는 미 상원의원들의 경고를 ‘경제 전쟁 선포’로 규정하고 “워싱턴의 서부 활극식 대응에서 독일 기업을 보호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라우스 에른스트 좌파당 공동대표는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 항의성 답장을 보냈다. 에른스트 대표는 편지에서 “독일이 미국의 항만 운영사에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요구했다. 잉고 트루스하임 집권 기독교민주연합(CDU) 자스니츠 지구당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현장에 초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천연가스관 사업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우스트루가에서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1230㎞ 길이의 해저 가스관 2개를 건설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제재 압박 때문에 스위스 업체가 공사 구간 120㎞를 남기고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던 이 가스관은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2012년부터 운영 중인 러시아 비보르크와 그라이프스발트 간 ‘노르트스트림1’ 수송 능력(연 550억㎥)을 포함해 연 1100억㎥의 천연가스를 서유럽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두번째 가스관까지 가동되면 서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심해져 에너지 안보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로 신경 쓰는 것은 셰일가스 등 미국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길이 막히는 것이라고 독일 관계자들은 의심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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