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에서 넉달반 만에 코로나19에 재감염된 환자가 확인됐다. 코로나19에는 영구적인 면역성이 없다는 우려를 확인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대 연구진이 코로나19에 두 번째로 감염된 한 홍콩 시민 사례를 <클리니컬 감염질병> 저널에 보고했다고 미국 <시엔엔>(CNN)이 24일 보도했다. 앞서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으나, 홍콩대는 앞선 사례들이 “재감염 추정 사례”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사례는 엄격한 검사를 거쳐 공식 확인된 첫 재감염 사례”라고 주장했다.
홍콩의 33살 남성은 3월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열·인후염·기침·두통이 3일간 지속되는 증세를 보였다. 완치된 그는 해외 여행을 나가 영국을 거쳐 스페인으로 갔다가 8월15일 홍콩으로 귀환했고, 공항 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142일만의 재감염인데, 현재까지는 무증상 상태다.
이 사례를 보고한 홍콩대의 켈빈 카이왕토 박사는 “넉달반 만에 코로나19에 재감염된 이 환자 사례는 첫 감염의 면역성이 짧게만 지속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환자를 감염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적 분석을 보면, 첫 감염은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코로나19 변종 유형과 밀접히 관련됐고, 두번째 감염은 스위스 및 영국에서 흔한 변종에 의한 것이다.
연구진들은 저널에서 “이번 사례는 첫 감염에서 회복된지 몇 개월 만이라도 재감염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면역을 획득해도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처럼 인체 내에 존속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도 백신 예방접종을 맞아야만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팀장인 마리아 반 커코브 박사는 “이번이 재감염이 확인된 첫 사례라고 해도 다른 인체 코로나바이러스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대한 우리의 경험으로 보건데, (감염에서 회복된 뒤) 체내에서 일정기간 동안 항체 반응을 보이다가 소멸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노위치 의대의 폴 헌터 박사는 “첫 감염과는 유전적으로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재감염 사례는 놀라운 것이 아니나, 이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은 중요하다”며 “특히 젊고 건강한 사람이 넉달반 만에 재감염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사례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백신교육센터 국장인 폴 오핏 박사는 두 번째 감염에서 무증상이라는 것은 “대단한 뉴스”라며 “첫 감염이 해당 질환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는 것은 백신에 대한 고무적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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