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 국장. 그는 30일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도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도 백신을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 국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위험보다 이익이 크다는 판단이 서면 3상 임상시험 완료 전에도 승인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승인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장은 “3상 임상시험 전에 승인을 신청할지 여부는 백신 개발업체들에 달린 문제이며 (신청하면) 우리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긴급 사용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한 뒤에야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1월3일 대통령 선거 전에 백신을 보급하고 싶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대통령 선거 전에 나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최근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백신이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백신 후보 물질은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상과 3상 시험을 동시에 진행 중이며 9월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은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 중국 정부가 제약회사 시노백의 백신 후보 물질 ‘코로나백’을 의료진 등 고위험 집단에 접종하는 긴급 사용 승인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국립바이오텍그룹(CNBG)도 자사의 백신 후보 물질이 긴급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주 공개했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백신 접종 시험을 실시했으나, 어떤 백신을 접종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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