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2일(현지시각)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에 중독됐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모스크바에서 시위 도중 경찰에 끌려가는 나발니.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2일(현지시각)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에 중독됐다고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2일 성명을 내어 “독일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 노비초크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노비초크는 냉전 말기 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로 서방 무기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만 제조돼온 것으로 보고 있다. 노비초크는 2018년 초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미수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 기내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발니 측근들은 독극물에 중독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가 보낸 항공편을 통해 지난달 22일 베를린에 도착해 샤리테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샤리테병원은 지난달 24일 나발니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물질에 중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살충제 뿐 아니라 노비초크, 사린가스 같은 화학무기에도 사용된다. 이에 대해 러시아쪽은 독성 물질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나발니를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미수의 희생자’로 규정하고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매우 심각한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주독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사건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독일과 정보 교환 및 협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나발니에 대한 검진 결과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에 독일 병원이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검사 결과를 유럽연합 회원국들에도 전달했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의 발표 이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비열하고 비겁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정부 등도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를 비판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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