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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판문점 회동 뒤 김정은에 뉴욕타임스 1면 보내”

등록 2020-09-10 08:48수정 2020-09-10 11:32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에서 김정은-트럼프 편지 공개
김 위원장 “판타지 영화같은 또 한 번의 만남 희망”
트럼프 “당신과 나만이 문제 해결하고 한반도 번영 이끌 수”
김 위원장, 한미연합훈련 관련 “매우 기분 상했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과 같아”

트럼프 “코로나19 치명적이지만 패닉 막으려 낮춰 말해”
매티스 전 장관 “트럼프 위험…집단행동해야할 때 올 수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8차례의 인터뷰에 바탕해 펴낸 신간 <격노>의 표지. 오는 15일 시판될 예정이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8차례의 인터뷰에 바탕해 펴낸 신간 <격노>의 표지. 오는 15일 시판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뒤 <뉴욕 타임스> 1면 사본과 함께 “정말로 놀랍다”고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국민들에게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고 털어놨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는 오는 15일 시판될 신간 <격노>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이 내용을 미리 입수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기록에 바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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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판타지 영화 연상시키는 또 한 번의 만남 희망”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주고받은 27통의 편지 내용을 입수해 책에 담았다. 이 가운데 25통은 공개된 적 없던 것이다. 우드워드는 편지들의 사본을 얻지는 못 해, 음성으로 녹음해뒀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는 존칭을 사용하면서 추가 정상회담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뒤인 그해 12월25일 보낸 편지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 자신과 각하의 또 한 번의 역사적 만남”을 원한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도 나는 전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역사적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2월28일 답신에서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위대한 결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며 “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두 지도자는 당신과 나”라고 적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정상회담 뒤인 그 해 6월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103일 전 하노이에서 우리가 함께 한 매순간은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나는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마법의 힘처럼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그해 6월 말 판문점에서 두 사람이 회동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 오직 당신과 나만이 함께 일해서 두 나라 사이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70년의 적대를 종식해 우리 모드의 최상의 기대를 뛰어넘는 한반도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그걸 이끌 사람”이라며 “그것은 역사적일 것”이라고 적었다.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 타임스> 1면 사본과 함께 “오늘 당신과 함께 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고 편지를 보내고, 이틀 뒤에는 판문점 회동에 관련된 22장의 사진과 함께 “이 모습들은 내게 훌륭한 기억들이고 당신과 내가 발전시켜온 독특한 우정을 담고 있다”고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점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서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당신에게 이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매우 불쾌하다”며 “각하, 나는 내가 이런 솔직한 생각을 당신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어마어마하게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썼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김 위원장의 편지를 입수한 뒤 올해 1월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을 조롱해선 안 된다. 당신이 그를 조롱해서 핵전쟁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영리함을 뛰어넘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세상에”라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했다며 “김 위원장은 내게 모든 걸 말한다”고 우드워드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핵무기의 관계를 부동산에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다. 그들은 그것을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당국 수장들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의 기조를 유지하기로 마음먹고 있다고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을 다룰 줄 모른다면서, “나는 만났다. 아주 큰 협상이다. 이틀 걸렸고, 나는 만났다. 나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정상회담으로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북한에 양보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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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19 치명적이지만 일부러 낮춰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7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이것은 치명적인 것이다. 매우 까다로운 것이고 다루기 힘든 것”이라며 “공기로 숨을 쉬면 퍼진다. 격렬한 독감보다도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면서 이렇게 말하고, 코로나19가 아마도 독감보다 5배 더 치명적이라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공개적으로 “코로나19는 독감과 같은 것”이라면서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드워드와 3월19일 통화에서 “나는 항상 그걸 일부러 낮춰 말하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러고 싶다. 왜냐면 패닉(극심한 공황상태)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우드워드에게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4월5일), “너무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당신은 믿지 않을 것”(4월13일)이라고 말했다. 5월 인터뷰에서 우드워드가 ‘바이러스가 재임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라며 얼버무렸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9일 미시간주 선거유세에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것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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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전 국방장관 “트럼프 위험…집단행동해야 할 순간 올 수”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성에 대한 행정부 고위직들의 우려 섞인 발언도 공개됐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재임 시절에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장에게 “트럼프는 위험하다. (대통령직에) 맞지 않다”며 “우리가 집단행동을 해야할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휘하는 국가의 운명을 걱정해 조용히 워싱턴 성당에 가서 기도했다고 한다. 매티스 전 장관이 “대통령은 도덕적 기준이 없다”고 말하자 코츠 전 국장은 “맞다. 그에게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냥 그가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그는 진실과 거짓의 차이를 모른다”고 응수했다.

코츠 전 국장의 부인 마샤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났을 때에 대해 전한 내용도 실렸다. 마샤는 그때에 대해 “자는 그냥 ‘당신은 이걸 어떻게 견뎌요?’라는 것처럼 그를 바라봤다. 그도 이해한 것 같다. 그는 내 귀에 대고 ‘끝까지 버티세요’라고 속삭였다”고 설명했다.

‘어른들의 축’ 중 하나로 꼽혔던 렉스 틸러스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큐수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보기 역겹다. 배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사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지침서 중 하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를 지목했는데, 그 고양이의 전략은 ‘방향이 아니라 인내와 끈기’라는 것이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사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 잃은” 리더십을 지적하면서, “그의 관심 구간은 마이너스 숫자와 같다. 그의 유일한 목적은 재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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