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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는, 코로나 무서운 줄 알고도 속여왔다

등록 2020-09-10 15:15수정 2020-09-11 02:46

워터게이트 특종 우드워드 신간 ‘격노’서 폭로
“공기 통과…지독한 독감보다 위험”
1월말 이미 ‘국가 위협’ 보고받고
강한 전염력·치명성 등 알고 있어

“4월이면 사라질 것…독감의 일종”
공개적으로는 축소 발언 이어가
음성파일엔 “패닉 막으려 한 것”
바이든 “국민 생사에 거짓말” 비난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차기 연방대법관 후보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차기 연방대법관 후보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그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 공개적으로는 일부러 축소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신간 <격노>에서 이를 공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국민을 속였다”고 공격하며 대선 쟁점화를 시도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은 오는 15일 발간될 우드워드 책의 주요 내용을 미리 입수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에 바탕했다.

책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1월21일)된 지 일주일 뒤인 1월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것은 당신이 대통령 재임 중 직면하는 최대 국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받았다.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에 동의하면서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에 맞먹는 보건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흘 뒤인 2월7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코로나19에 대해 얘기했다면서 “이건 치명적인 것”이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이틀 뒤 시점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보다도 코로나19 얘기를 해서 우드워드가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공기를 통과한다. 물건을 만지지 않고 공기만 들이마셔도 통과되는 것”이라며 “매우 까다롭다. 지독한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전파되며 전염력이 강하고 위험하다는 점을 사태 초반부터 인식했다는 얘기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말해온 것과 다르다. 대외적으로 그는 “더운 날씨로 4월에는 사라질 것”(2월10일), “독감의 일종이다. 미국인들에게 미칠 위험은 매우 낮다”(2월26일)며 지속적으로 코로나19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19일 우드워드와 통화에서 “나는 항상 그걸 낮춰 말하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러고 싶다”며 “왜냐면 패닉(극심한 공황 상태)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우드워드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4월5일), “너무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당신은 믿지 않을 것”(4월13일)이라고 말하면서, 공개적으로는 “사라지고 있다”(6월17일)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lt;격노&gt;. EPA 연합뉴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 EPA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초부터 코로나19 위협 축소 대신 엄격한 봉쇄와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을 했다면 미국인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시엔엔>(CNN)은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9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35만9000여명, 사망자는 19만여명으로 전세계 최대 규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유세에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 더 나쁜 것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 국민에 대한 생사가 걸린 배신이었다”고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결책을 담은 과학을 무시하고 경멸했다”고 비판하는 등 민주당은 11월3일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쟁점화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국민들이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자신감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반박했다.

우드워드가 국민 안전과 연결되는 이같은 내용을 더 일찍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말하는 게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편지 27통의 내용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뒤인 그해 12월25일 보낸 편지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 자신과 각하의 또 한 번의 역사적 만남”을 원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답신에서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는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위대한 결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며 “그걸 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는 당신과 나”라고 적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사이의 특별한 우정”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 직후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 타임스> 1면 사본과 함께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로 놀라웠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재임 시절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장에게 “트럼프는 위험하다.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며 “우리가 집단행동을 해야할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고위 인사들의 부정적 평가도 담겨 있다.

18차례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끝에 우드워드가 내린 결론은 “트럼프야말로 문 뒤에 숨은 다이너마이트다. 그는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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