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대선 앞 ‘10월의 깜짝쇼’(옥토버 서프라이즈)로 추진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일정에 엇박자를 내는 듯한 보건당국 책임자의 발언을 즉각 진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부른 이는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다. 그는 16일 오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코로나19 백신이 11~12월께 사용 가능해져서 고위험군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이 미국인 대중에게 완전히 가능해져서 백신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때를 묻는다면 2021년 2분기 말이나 3분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이 빨라야 연말께 나오고 널리 보급되려면 내년 중반은 돼야 한다는 얘기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등이 밝혀온 것과 일치한다. 레드필드 국장은 또 자신의 마스크를 들어보이면서 “백신보다 이 마스크가 코로나19로부터 나를 더 보호해준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시간 뒤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레드필드 국장이 헷갈려 실수했다.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가 말한 것보다 훨씬 빠른 수준으로 준비가 돼 있다”며 “10월 중순이나 약간 뒤부터 (보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에이비시>(ABC) 방송 타운홀미팅에서도 “3~4주 안에” 백신이 나올 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1억회 분량의 백신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언제쯤 미국인 모두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될 걸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주 곧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그는 마스크에 대해서도 “백신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통제예방센터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레드필드 국장이 의회에서 ‘모든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묻는 질문으로 알아듣고 “2021년 2~3분기”로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범위한 접종 시작은 그보다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11월3일 대선 전에 백신 완성을 선언하거나 보급을 개시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지지율을 까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커다란 반전 카드다. 그의 이런 태도가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졸속 승인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모더나 등 3개 제약회사가 코로나19 백신 최종단계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나는 백신을 믿고 과학자를 믿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믿지는 않는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의료 전문가들로부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들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과학적 돌파구는 선거 사이클을 고수하지 않는다”며 “(백신) 타이밍과 승인, 보급은 절대로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왜곡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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