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딸만 다섯인 남성이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아내의 배를 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는 지난 50여년간 4600만명의 여아가 실종된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남아선호 사상이 강하다.
영국 <비비시>(BBC)는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 딸만 다섯을 둔 한 남성이 낫으로 아내의 배를 갈랐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내 쪽 가족들은 남성이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부상한 아내는 델리의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지만, 태아는 사망했다.
부부는 딸 5명과 아들 1명을 낳았지만 아들을 잃었고, 이후 남편은 아내에게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의 여동생은 이들 부부가 아들을 갖는 것과 관련해 자주 다투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아내를 일부러 공격한 것이 아니라고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해 성비 불균형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6월 보고서를 보면, 지난 50년간 인도에서 약 4600만명의 여아가 실종됐다. 낙태나 출생 후 고의적인 방치로 사망하는 여아도 연간 4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우타르카시 지역에서는 132개 마을에서 석달여 동안 태어난 신생아 200명이 모두 남자아이인 것으로 조사돼 정부 당국이 긴급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우타르카시 전역 500개 마을에서 신생아 947명이 태어났는데, 132개 마을은 신생아 200명이 전부 남아였다.
기타 판데이 비비시 에디터는 “인도는 문화적으로 남아선호도가 크다”며 “남자 아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가족의 명예를 높일 수 있다고 보지만 여자 아이들은 시집을 가고 비싼 지참금을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점점 심각해져, 1961년 남아 1000명당 여아가 976명이었는데, 2011년에는 남아 1000명당 여아가 914명으로 줄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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