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국제공항에서 한 승객이 홀로 걷고 있다. 남아공이 10월부터 다시 국경을 여는 등 아프리카 각국이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케이프타운/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과 외채 부담,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각국이 경제 부양을 위한 봉쇄 완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야전 병원으로 변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국제컨벤션센터가 최근 행사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 전했다. 나이지리아의 경제 중심지 라고스는 다음주부터 학교 문을 열 계획이다. 가나에서도 식당, 주점, 종교시설이 다시 정상을 찾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케냐,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 르완다 등도 최근 봉쇄 완화에 합류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애초 예상한 것보다 덜 심각한 양상을 보인 덕분이다. 아프리카 인구는 전세계의 17%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는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기준으로 21일 현재 전세계 사망자의 2.5% 수준인 2만4808명이다. 대륙 전체의 하루 확진자는 7월25일 2만61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차츰 줄어 21일 4243명을 기록했다.
아프리카 전체 확진자의 57%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한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는 7월 하순 1만3천명에 달했지만, 9월초부터 1천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남아공은 지난 3월말 폐쇄한 국경을 다음달부터 다시 열 계획이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세계에 다시 문을 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약해졌지만, 주요국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남아공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이 1분기에 비해 16.4%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30%였던 실업률은 봉쇄 완화 이후에도 5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원유는 이 나라 수출액의 90%를 차지하는데,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40% 가량 떨어졌다.
석유 의존도가 높지 않는 국가들의 상황은 그나마 양호하다. 개도국 전문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경제분석가는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들의 올해 성장세는 세계 평균을 웃돌 것”이라며 가나, 케냐, 르완다 등의 성장세가 특히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냐의 경우 해외 이주민의 송금액이 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코로나 사태 이후 송금액이 20%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에 고통받는 가족 등을 생각해 송금액을 늘리고 있다고 로버트슨은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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