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에 힘입어 빠른 회복 예상한 ‘V형 회복’ 득세했다가 힘잃어
코로나19 충격 깊어지면서 장기 침체 뜻하는 W형과 U형 주목받아
양극화 뜻하는 K형도 주목…경제 회복 촉진 위해선 양극화 완화가 관건
코로나19 충격 깊어지면서 장기 침체 뜻하는 W형과 U형 주목받아
양극화 뜻하는 K형도 주목…경제 회복 촉진 위해선 양극화 완화가 관건

미국 뉴욕 주식거래소에 미국 국기가 걸려 있다. 미 증시는 폭락 뒤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 브이(V)형 회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뉴욕/AP 연합뉴스

그래픽_고윤결

주가 폭락세를 빠르게 만회해 브이(V)형 회복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인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추이 그래프.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V형 회복 전망 브이형 회복 전망은 세계 경제가 1분기(1~3월)와 2분기 초반 침체를 겪은 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하반기부터 과거 수준을 찾아가리라는 낙관 섞인 전망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2분기에 3.2%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약간의 시차를 두고 봉쇄에 들어간 유럽과 미국의 심각한 상황이 더 부각되면서 낙관적 전망은 설자리를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도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했다. 통화기금이 지난 4월6일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보면, 세계 전체로는 -3.0%, 선진 경제는 -6.1%, 개도국의 경우는 -1.0%였다. 6월24일 발표된 수정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나빴다. 세계 경제와 선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4.9%와 -8.0%로 떨어졌다. 개도국 성장률도 4월 전망보다 2%포인트 떨어진 -3.0%로 예상됐다. 하지만 브이형 회복이 맞아떨어진 분야도 있다. 미국 경제 주간 <포브스>는 최근 “경제 전 부문이 영구적인 축소 과정을 겪고 있어 브이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정책이 직접 영향을 끼친 분야에서는 빠른 회복세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이나 미국 주식시장이 대표 사례다. 미국 회사채와 주식의 가격은 3월말까지 곤두박칠을 쳤지만 4월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시엔엔>(CNN)과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산출한 ‘미 경제 정상 회복 지수’ 추이.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W형 회복 전망 침체 뒤 회복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바닥’형 경기 전망은 6~7월께 미국, 브라질,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전세계 산업계 동향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집계하는 영국 정보 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 마킷’은 7월치 ‘세계 경영 속보’에서 “그동안 제기되던 브이형 회복 가능성이 줄고 이중 바닥의 침체(더블유형 경기 순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미국의 상업 부동산 시장이 이중 바닥 뒤 침체 양상을 보이는 분야로 꼽혔다. ‘전미 부동산투자회사(리츠) 협회’의 캘빈 슈누어 수석 부사장은 최근 경제전문 방송 <시엔비시>(CNBC)에 출연해 상업 부동산 중 소매업 관련 부동산의 경우 두번째 바닥을 겪은 뒤 회복하는 양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반기의 봉쇄 국면에서 크게 위축됐다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고,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시 어려움에 빠진 뒤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형적인 유(U)형 장기 침체 국면을 보여주는 미국 극장가의 매출액 추이. 지난 1~2월 주당 1억달러를 상회하던 매출액이 3월말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시엔엔> 뉴스 사이트 갈무리
U형 회복 전망 유(U)형 회복 전망은 더블유형 전망보다 좀더 장기적인 시각이자, 침체기 중간의 일시적 회복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관점이다. <시엔엔>(CNN) 방송이 ‘무디스 애널리틱스’와 함께 산출한 ‘미 경제 정상 회복 지수’를 보면, 9월23일 기준 상황은 2월말을 100으로 했을 때 80.7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4월18일 59.2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아주 완만하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전형적인 장기 바닥세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극장의 영화 입장권 판매액 추세가 있다. 3월말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8월까지 바닥을 기록한 판매액은 9월초 살짝 느는 듯 싶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를 침체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국의 고용 상황도 과거의 장기 추세에 견줘 보면, 깊은 침체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실업률이 4~5월에 무섭게 치솟은 뒤 꾸준히 하락한 덕분에 고용 상황이 좋아진 듯 보이지만, 과거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일시적 급등과 하락이 고용시장의 진짜 심각성을 감춘 셈이다. 노동경제학자인 에런 소저너 미네소타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9월19일까지 27주 연속으로, 미국의 주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1967년 통계 작성 이후 2776주 동안 기록한 최고치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며 고용 악화가 각 가정에 끼칠 충격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부유층의 사치품과 자동차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에서 관객들이 고급차를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K형 회복 전망 다른 전망들과 달리, 애초부터 경제 전체가 아니라 부문 또는 계층별 양상에 초점을 둔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서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것처럼, 경기 부양책의 혜택이 모든 부문과 계층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급격한 침체 이후 빠르게 개선되는 브이형 회복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국 주식시장도 업종별 양극화가 극심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집계한 지난 1월말 대비 9월21일의 업종별 시가총액을 보면, 기술 업종과 필수 소비재 업종은 시가총액이 17% 이상 오른 반면, 에너지 업종은 40%나 감소했다. 전기·가스·수도 업종과 금융 업종의 시가총액도 14~15% 줄었다. 주요 경제 가운데 홀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에서도 양극화는 확인된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와 건설 촉진에 집중되면서 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루이비통 등 외국 사치품 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두자리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고급 차의 5~6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이상 늘었고, 고급 백화점들은 몰려드는 고객들을 주체하지 못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비슷한 현상은 미국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계 등의 전문직 인력은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반면 판매원, 잡역부, 비서 등 현장 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위협받는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가 어떤 경로로 회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회복 속도를 좌우할 관건이 양극화 완화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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