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갑부 28만여명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지난 3월부터 5개월 동안 8천조원 이상의 재산을 불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미국이 발행한 금화.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충격 탓에 전세계에서 최대 1억명가량이 올해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세계 갑부 28만여명은 올해 3월 말부터 5개월 동안 8천조원 이상의 재산을 불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전세계 극빈자 수가 늘어나는 건 1989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어서, ‘코로나19 시대’의 갑부들과 빈민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세계은행은 7일 전세계 빈곤 현황을 담은 ‘2020년 빈곤과 공통의 번영’ 보고서를 내고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에서 8800만명에서 1억1400만명이 새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5%를 기록하면 8800만명이, -8%로 더 나빠지면 1억1400만명이 하루 생활비 1.9달러(약 2300원) 이하의 수입을 버는 극빈층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2020년 말 기준 전세계 극빈층을 6억1500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7억300만~7억2900만명으로 수정했다.
전세계 인구 중 극빈층 비율은 1988년 33.6%에서 이듬해 36.8%로 증가한 뒤 계속 줄었는데, 3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올해 극빈층 비율은 지난해보다 0.7~1%포인트 높은 9.1~9.4%로 예측됐다.
빈민층과 달리 세계의 갑부들은 코로나19의 충격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재산 분석 전문 기관 웰스엑스(X)는 이날 공개한 세계 갑부 보고서에서 순자산 3천만달러(약 360억원) 이상을 보유한 전세계 갑부들이 지난 3월 말 23만8060명에서 8월 말 28만670명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9만720명보다는 1만명가량 적은 수치다. 세계 갑부들이 다섯달 동안 늘린 재산은 6조8310억달러(약 819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조2910억달러는 미국과 캐나다의 갑부들이 번 액수다.
국가별로 보면, 덴마크, 중국, 대만, 러시아, 한국의 갑부 수가 2019년 말보다 도리어 2.3~4.3% 늘었고, 이들이 보유한 순자산 총액도 2.7~4.3% 불어났다. 미국의 갑부들은 재산이나 인원 면에서 지난해 말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스라엘은 갑부 규모나 순자산 총액이 9~20%가량 줄어, 코로나19의 충격을 가장 심하게 받았다.
보고서는 “갑부들도 코로나19 충격을 겪었으나 (3월 말에 바닥에 이른)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서 빠르게 다시 부를 늘렸다”며 “지역별로는 북미 갑부들의 회복세가 가장 강했다”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