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오른쪽)이 과테말라 모랄레스에서 현지 경찰의 이주민 단속 현장에 동행해 지켜보고 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이 지역에서 온두라스 이주민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데 직접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모랄레스/AP 연합뉴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이 과테말라에서 온두라스 이주민들을 국경 밖으로 추방하는 불법 작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가 13일 밝혔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외교관계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며 관세국경보호청의 행위는 미국 밖에서 직접 법 집행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 위반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관세국경보호청이 국경을 넘은 이들에게 망명 의사를 물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망명 의사가 있는 이를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상원 보고서는 “과테말라에 파견된 관세국경보호청 직원들이 지난 1월15일 미국으로 가기 위해 온두라스에서 국경을 넘어 들어온 수백명을 아무런 표시도 없는 버스에 실어 온두라스 쪽으로 돌려보냈다”며 “과테말라 정부와 합동으로 진행된 이 작업은 훈련 업무에 국한된 대외 활동 범위를 넘는 것이며,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도 이 점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관세국경보호청의 주 임무는 미국 방문자에 대한 출입국 관리와 세관 업무다.
밥 메넨데스 미 상원의원(민주당)은 “중남미에서 ‘국제 이민 경찰’을 자임하는 것은 국토안보부나 관세국경보호청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반이민 정책을 견제하는 일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세국경보호청은 중남미 여러 나라에 직원을 파견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마약 단속 관련 자문 활동만 벌였다. 워싱턴시에 본부를 둔 이민정책연구소의 앤드루 실리 소장은 “자문을 하는 것과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에두아르도 에르난데스 과테말라 외교부 차관은 관세국경보호청의 작전 참여를 몰랐다며 “이는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과테말라 정부가 교체된 다음날 벌어졌으며, 다른 정부 관리들도 이 작전을 몰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