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 ‘오스트리아 자유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오스트리아를 위한 연대’로 정당을 옮겨, 수도 빈 지방의회 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을 비롯한 유럽 극우 정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했다는 진단과 극우 정당의 분화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진단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1일 실시된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오스트리아 자유당’이 참패했고 이는 유럽 전반에 걸친 극우 정당 퇴조를 상징한다고 14일(현지시각) 평했다. 자유당은 5년 전 지방선거에서 30.8%를 얻어 제2당으로 부상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7%의 득표율로 5위를 차지했다.
2017년 ‘오스트리아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던 자유당이 말 그대로 몰락한 것이다. 지난해 말 자유당에서 분리된 ‘오스트리아를 위한 연대’가 얻은 표까지 더해도 득표율은 10%밖에 안 된다.
자유당의 몰락은 지난해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대표가 부패 추문에 휘말려 물러나고 당이 내분에 휩싸인 탓이 크지만, 이탈리아나 독일 등 주변 나라에서도 극우 정당의 인기 하락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17.3%를 득표한 극우 정당 ‘동맹’(레가)은 2019년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엔 20% 중반으로 떨어졌다.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도 비슷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2018년 15%를 넘던 지지율이 꾸준히 떨어져 최근에 10%에 근접했다.
비슷한 현상은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했던 지난 봄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도 확인됐다. 2015년 21%의 득표율로 제2당에 올랐던 ‘덴마크 인민당’은 2019년 총선에서 8.7%를 얻는 데 그친 이후 계속 인기를 잃었다. 올해 봄 지지율은 전성기 때의 3분의 1인 6.7% 수준이었다. 2017년 총선에서 15% 득표로 3위에 올랐던 ‘노르웨이 진보당’의 지지율도 올봄 8%까지 떨어졌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아르민 라셰트 주 총리는 “시절이 좋을 때는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정당에 표를 주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믿을 수 있는 정당을 찾게 된다”고 평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 의식을 느낀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극우 정당의 지지율 하락은 극우·우파 성향 정당 분열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신파시스트운동에 뿌리를 둔 우파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가 좀 더 온건한 정책으로 ‘동맹’의 지지층을 공략하고 있다. 2018년 총선에서 4.3%를 득표했던 이 정당은 최근 지지율이 15%까지 오르며 ‘오성운동’과 3위를 다툴 정도로 부상했다.
게다가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이 여전히 유력 대선 후보로 인기를 얻고 있고, 스페인의 극우 정당 ‘복스’도 제3의 정치세력으로 건재하다.
독일 마인츠대학 정치학과의 카이 아르츠하이머 교수는 “(유럽에서) 우익 전체의 지지율은 줄지 않은 채 분산되고 있을 뿐”이라며 “포퓰리즘의 종말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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