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운데)가 18일 오클랜드의 한 카페에서 메건 우즈 노동당 의원 등 동료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클랜드/AP 연합뉴스
마흔살의 젊은 여성 정치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7일(현지시각) ‘강하고 친절한’ 지도력을 앞세워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일궜다. 이 승리는 인구 500만명의 섬나라에 잇따라 몰아닥친 테러, 화산 폭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이뤄낸 것이어서 그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임기 3년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49%를 득표해 전체 120석 가운데 과반인 64석을 확보했다고 <뉴질랜드 헤럴드>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총선에서 56석으로 1위를 했던 국민당은 27%를 얻어 3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뉴질랜드 제1당’,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했던 노동당은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아던 총리는 노동당의 압승이 확실시되자 연설을 통해 “뉴질랜드가 노동당에 50년 만에 가장 큰 지지를 보내주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뉴질랜드를 더 강하게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아던 총리가 개인적 인기를 새로운 정치 흐름으로 변화·정착시킬 수 있을지를 결정할 시금석이었으며, 결과는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것이었다. 개인적 인기로 반짝하다가 물러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을 비웃듯, 단독정부를 통해 타협 없이 정책을 관철시킬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던 총리는 녹색당과 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좌파 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던 총리의 정치력은 2017년 10월 제1당을 따돌리고 연립정부를 구성해 37살의 나이로 총리에 오를 때부터 이미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는 노동당의 농업용수에 대한 과세 공약과 뉴질랜드 제1당의 아동체벌금지법 폐지 공약을 동시에 포기하는 타협으로 연정을 성사시켰다. 이듬해에는 출산 뒤 정치와 육아를 무난히 병행함으로써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에 한 방을 날렸다.
2019년 이후엔 쏟아지는 악재를 무난히 수습하는 능력도 보였다. 첫번째 고비는 2019년 3월15일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20대 백인 남성이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 총을 난사해 51명을 살해한 테러 사건이었다. 아던 총리는 범인을 향해 “당신이 우리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거부하며 당신을 규탄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는 즉각 반자동 무기 판매 금지 방침도 내놨다. 두번째 위기는 자연재해였다. 같은 해 12월9일 화이트섬의 화산이 폭발해 관광객 17명이 사망했다. 아던 총리는 희생자 추모를 이끌며 민심을 진정시켰다.
올해 초엔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노동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코로나19라는 보건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빠르고 강력한 방역·통제 조처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음으로써 친절과 공감 능력만이 아니라 발 빠른 행정 능력도 보여줬다.
이제 아던 총리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1993년 이후 첫 단독정부 구성을 가능하게 해준 압도적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는 “아던 총리의 정치 스타일은 타협과 합의 도출을 선호하는 것”이라며 “그는 이제 실업, 주거, 아동 빈곤 등 좀 더 어려운 과제들을 단독으로 풀어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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