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결합 지지 발언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21일(현지시각) 교황이 주례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들의 법률적 권리 보호 장치로 시민결합법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현지시각)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이런 의견을 피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시민결합법이며 동성애자들은 이를 통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가톨릭의 동성 결혼 반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성 커플에 대한 시민결합 허용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인데, 동성 커플에게 혼인 관계에 따른 권리를 똑같이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탈리아, 체코, 그리스, 스위스 등 10여개국이 동성 커플 등에 대한 시민결합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각국에 동성애자 보호를 촉구했지만 동성 결합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다. 교황의 공개 지지는 가톨릭 정통 교리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어서 찬반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가톨릭 교리를 담당하는 기구인 교황청의 신앙교리성은 2003년 “동성애자에 대한 존중이 동성 행위를 승인하거나 동성간 결합에 대한 법률적 승인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앙교리성은 또 “동성 결합은 구제적으로 인정할 가치가 없다”며 “동성 결합이 인간 사회의 적절한 발전에 유해하다고 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은 “동성결합에 대한 교황의 명확하고 공개적인 지지는 가톨릭교회와 성소수자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대변인도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환영했다.
보수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토마스 토빈 주교는 성명을 내어 “교황의 발언은 동성 결합에 대한 가톨릭의 오랜 가르침과 명백히 모순된다”며 “교회는 객관적으로 부도덕한 관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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