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코로나19 통제에 실패하면서 의료 붕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병원이 곧 포화상태에 들어갈 상황에 처한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31일(현지시각) 의료진이 중환자를 구급차에 싣고 있다. 리에주/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의료체계가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영국 등 각국이 잇따라 다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이 코로나19 억제에 실패하면서 적어도 14개국에서 입원 환자가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 52개국 가운데 35개국의 공식 통계를 보면, 입원 환자 수가 한 주 전보다 3만5천명 늘어난 13만5천명을 기록했다.
세르비아의 입원 환자가 한 주 사이 97% 늘었고, 벨기에(81%), 오스트리아(69%), 이탈리아(65%)도 입원 환자가 무섭게 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로 보면 체코(62명), 루마니아(57명), 벨기에(51명), 폴란드(39명)의 상황이 가장 나빴다.
각국의 병원들이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자료를 인용해 유럽의 집중치료시설 입원자가 지난달 8일부터 25일 사이에 두배로 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집중치료시설은 현재 3분의 1만 남은 상태이며, 이달 중순께는 가득 찰 전망이다. 벨기에는 당장 이번 주말부터 입원 환자를 선별해야 할 처지다.
유럽에서 가장 양호한 의료시설을 갖춘 독일도 입원 환자가 열흘에 두배씩 늘면서 여유 병실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2월 초에는 집중치료시설이 가득 찰 것이라고 자를란트대학 연구팀이 예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지난 28일 프랑스와 독일이 재봉쇄 조처를 발표한 데 이어 영국 등 각국이 잇따라 다시 통제 강화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의료 재앙’을 막기 위해 잉글랜드 전역을 4주 동안 다시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5일부터 12월2일까지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봄의 봉쇄 때와 달리 학교는 계속 운영된다.
벨기에도 2일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에 부분봉쇄령을 내렸다. 비필수 업종의 상점은 모두 문을 닫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 종사자는 사무실 출근이 금지된다. 또 각급 학교는 지난 30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가을방학에 들어갔다. 오스트리아도 3일부터 이달 말까지 야간통행금지(밤 10시~아침 6시)를 실시하기로 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문을 닫고 중·고등학교와 대학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 포르투갈도 308개 지자체 가운데 121곳에 외출 자제령과 상점 영업시간 단축 명령을 내렸다.
봉쇄 조처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시민들이 물건 구매에 나서면서 슈퍼마켓 등에는 긴 줄이 생겨났고 일부 품목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집계 기준으로 유럽 대륙에서 이날 27만9394명의 확진자가 새로 보고돼 누적 확진자는 1080만3232명이 됐다. 지난 29~30일 2600명 수준이던 하루 사망자가 31일 2865명으로 늘면서 누적 사망자는 28만2520명으로 집계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스페인 정부가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야간통행금지에 항의하는 시위가 31일(현지시각) 바르셀로나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밤 중무장한 경찰들이 텅 빈 마드리드 거리에서 시위에 대비해 경비를 서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