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중심부의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 Thiseio 지역에 문을 닫은 레스토랑이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코로나19 고위험 지역에서 모든 카페와 레스토랑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직면한 그리스가 7일(현지시간)부터 다시 봉쇄에 들어간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5일 온라인 담화를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7일 오전 6시부터 3주간 봉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강·업무상 사유를 제외한 외출은 제한되고 식료품점·약국 등 지정된 필수 상점 외에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또 중·고등학교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된다. 다만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대면 수업이 유지된다. 그리스는 바이러스 1차 유행 때인 지난 3월 말부터 6주간 이러한 고강도 봉쇄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며칠 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천 명 안팎으로 급증하며 2차 유행이 현실화했다. 병상 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압박이 가중돼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봉쇄를 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4일 기준 그리스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천646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 아테네와 제2 도시 테살로니키가 이번 2차 확산의 진앙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1천100만 명 인구 규모에 누적 확진자 수는 4만6천892명으로 여전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총사망자 수는 673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코로나19 2차 유행에 직면한 이탈리아 정부도 금융·산업의 심장부인 밀라노와 토리노 지역에 대해 봉쇄에 준하는 강도 높은 제한 조처를 시행한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4일 밤(현지시간) 집무실이 있는 로마 키지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일부터 시행되는 코로나19 관련 추가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당국은 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를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와 병상 점유율 등의 기준에 따라 전국 20개 주를 적색-오렌지색-황색 등급으로 나눠 등급별 방역 조처를 도입하기로 했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적색 등급인 이른바 '레드존'으로 지정된 지역은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칼라브리아·발레다오스타 등 4개 주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금융 중심지인 밀라노와 피아트 자동차 생산공장 등이 있는 산업도시 토리노도 포함돼 있다. 레드존 지역에는 지난 1차 유행 때의 고강도 봉쇄에 버금가는 강력한 제한 조처가 적용된다. 식료품점·약국·미용실·세탁소 등을 제외한 비필수 상점과 음식점·술집은 모두 폐쇄되고 건강상 필요·업무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거주지 밖으로의 외출도 엄격히 제한된다. 중학교 2∼3학년과 고등학교·대학교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되는 동시에 프로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아마추어 경기 역시 중단된다. 다만 지난 봉쇄와는 달리 생산활동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풀리아·시칠리아 등 남부 2개 주가 대상인 오렌지 등급에는 음식점·술집이 폐쇄되고 거주하는 도시나 마을 밖으로의 주민 이동을 금하는 다소 느슨한 형태의 이동 제한이 적용된다.
수도 로마를 낀 라치오 등 나머지 14개 주는 가장 낮은 단계인 황색 등급으로 분류됐다. 오렌지·황색 등급 지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조처는 ▲ 건강·업무상 필요가아닌 한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사이 통행금지 ▲ 고등학교·대학교 원격 수업 전환 ▲ 토·일요일 쇼핑센터 폐쇄 등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 중인 헬스클럽·수영장·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폐쇄 조처는 그대로 유지된다.
황색 등급 지역의 경우 음식점·주점이 문을 닫지는 않지만 오후 6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는 것은 지금과 같다. 당국은 이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버스·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 수용률을 정원의 50%까지만 허용하고 박물관은 전부 폐쇄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점·주점은 밤 10시까지 테이크아웃 영업이 가능하며, 배달은 제한 없이 허용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이러한 추가 방역 대책을 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현장에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시행 시점을 하루 미뤘다. 이번 조처는 일단 내달 3일까지 유효하다. 콘테 총리는 "전국 병원의 중환자실 대응력이 몇 주 내에 완전히 고갈될 수 있어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했다"면서 이번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현지에서는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롬바르디아·피에몬테 지역이 레드존으로 묶이면서 경제 회복에도 차질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만550명, 사망자는 352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 31일 이래 나흘 만에 다시 3만명 선을 넘었다. 하루 검사 건수는 21만1천831건이며,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수를 나타내는 확진율은 14.42%로 나타났다. 중증 환자 수도 2천292명으로 지난 4월 23일(2천267명) 이후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 수는 79만377명, 사망자 수는 3만9천764명이다.
11월5일 영국이 두번째 국가 봉쇄를 시행한 첫날 신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1 주일도 안되어 46% 증가했다. EPA연합뉴스
영국 하원도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지역은 5일부터 12월 2일까지 봉쇄조치가 적용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찬성 516표, 반대 38표로 코로나19 봉쇄조치안을 통과시켰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당론으로 찬성 의사를 표시한 만큼 반대표는 봉쇄조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보수당 의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원 승인에 따라 5일부터 12월 2일까지 잉글랜드 전역의 비필수 업종 가게, 펍과 식당 등의 영업이 중단된다. 다만 포장 및 배달은 가능하다.
지난 3월 도입된 제1 봉쇄조치와 달리 학교와 대학 등은 문을 열 예정이다. 다른 가구 구성원 중 한 명과 만나는 것도 허용된다.
영국의 이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2만5천177명으로, 지난달 21일(2만6천688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일일 신규 사망자는 492명이 더해지면서 5월 19일(500명)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전날(397명)은 물론 1주일 전(310명)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났다.
런던·로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