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와 조지아주의 대통령 선거 개표가 늦어지면서 다시 관심이 펜실베이니아주 상황으로 집중되고 있다. 5일(현지시각)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 컨벤션센터’ 앞에서 시위대가 “마지막 한 표까지 철저히 개표하라”고 요구하며 종잇조각을 뿌리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밤부터 이어온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끝으로 향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6일 오전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역전에 성공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사실상 봉쇄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오전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6천여표 차로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98% 개표 기준 49.5%의 득표율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49.4%)을 0.1%포인트 앞섰다고 통신은 전했다. 펜실베이니아 대도시 필라델피아가 2만여표를 개표하면서 역전이 이뤄졌다. 또한 조지아주에서는 전날 밤 일부 카운티가 ‘야간 개표’를 중단한 가운데 이날 오전 개표 상황을 집계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1096표 차이로 앞서기 시작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는 조지아에서 개표 초반 열세를 면하지 못했으나 우편투표가 본격 반영되면서 이날 새벽 2시 격차를 665표까지 줄인 데 이어 역전에 성공했다. 득표율로는 49.4%로 두 후보가 같다. 개표를 대기 중인 1만여표 중 다수가 바이든 후보 우세 지역의 표여서, 두 후보의 격차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 소송전을 예고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당선자로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조지아 주당국은 이날 “표 차이가 적어 재검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가 두 주에서 역전했지만 집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서 곧바로 당선 확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확보하게 되는 총 선거인단은 289명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만 승리해도,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넘긴다.
앞서 5일 대선 승자 결정의 열쇠를 쥔 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주는 ‘폭탄 돌리기’식 몸 사리기 행태를 보였다. 특히 조지아주의 귀넷 카운티 등 3곳은 뚜렷한 이유 없이 야간 개표 작업을 중단했다. 귀넷 카운티와 함께 개표를 중단한 코브 카운티와 테일러 카운티의 미개표 규모가 각각 700표와 456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개표 부담’ 탓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바이든 후보 당선에 필요한 마지막 선거인단을 채워주는 역할을 떠넘기려는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주 정부도 이날 밤 이후 추가 개표 결과를 공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런 추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초박빙 상황에 대한 부담은 주 선거 관계자들의 태도에서도 엿보였다. 게이브리얼 스털링 조지아주 투표시스템 관리자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중 개표가 완료되기를 기원하는 심정”이라면서도 “하지만 개표 작업을 정확히 하기 위해 내일로 개표 완료를 미뤄야 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분위기는 펜실베이니아에서도 감지됐다. 캐시 부크바 주 국무장관(민주당)은 5일 낮 <시엔엔>에 “밤까지는 승자가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오후가 되면서 좀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부크바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개표가 초박빙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는 승자가 누군지 확인하는 데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35만표의 우편투표가 아직 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개표 작업이 밤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오전 6시(한국시각 오후 8시) 현재 95%의 개표율을 보인 펜실베이니아 개표 상황은, 1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격차가 1만8229표(득표율 0.3%포인트)에 불과하다. 우편투표에서는 바이든 후보 지지 표가 훨씬 많기 때문에 역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4일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 상태에서 개표 결과 발표를 중단했던 네바다주는 4일 집계 결과를 5일 오전 발표한 뒤 6일 오전까지 추가 발표가 없다고 밝혔다. 개표 결과를 하루에 한차례만 발표하는 것에 대해 주 정부는 “개표는 아주 고된 작업인데, 각 카운티에 실시간 개표 결과 보고를 요구하면 개표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현재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수 차이는 전날의 7647표에서 1만1438표(득표율 0.9%포인트)로 늘었다.
네바다주 정부는 “남은 표는 대략 19만150표이고 이 가운데 12만여표는 우편투표 또는 사전투표”라며 “남은 표의 90%는 (라스베이거스가 포함된) 클라크 카운티 소속”이라고 밝혔다. 주 정부는 “하지만 아직 접수되지 않은 유효 우편투표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의 막판 상황은 우편투표 부정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항의 속에 각 주 정부가 몸을 사리는 국면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선언되기라도 하면, 자칫 미국이 물리적 충돌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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