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자발적 협조를 통한 방역을 유지하던 스웨덴 정부가 11일(현지시각) 강제로 술 판매 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발표했다. 의회를 통과할 경우 오는 20일부터 밤 10시 이후 술 판매가 금지된다. 수도 스톡홀름에서 성탄절 장식을 한 상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제적 조처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민의 ‘자발적 방역’ 방침을 유지하던 스웨덴이 술 판매 시간제한 조처를 꺼냈다.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응이다.
스테반 뢰벤 스웨덴 총리는 1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식당 등의 술 판매를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술 판매 허가를 받은 업소의 영업시간도 10시 30분까지로 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임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의회가 이 법률안을 통과시키면, 술 판매 제한은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현지 온라인 매체 <더로컬>은 식당, 술집 등에 대해 8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고객 간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규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시민의 행동과 관련된 코로나19 강제 규정은 없다고 전했다.
뢰벤 총리는 “모든 지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중 모임 규모 제한과 같은 추가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내비쳤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이날 현재 집계 기준으로 스웨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만2240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6057명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확진자에 비해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최근엔 사망자가 주는 대신 확진자 증가세가 높다. 최근의 하루 확진자는 올 상반기 최고치인 1698명의 2배를 넘는 3500~4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잇따라 새로운 봉쇄 조처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의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다.
영국의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가 이날 5만명을 넘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이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날 하루 동안에도 595명이 사망해, 지난 5월 초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하루 3만269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하루 사망자 수도 지난 4월 초 이후 최고인 623명에 달했다. 봉쇄 조처 2주째에 접어든 프랑스의 이날 확진자는 2만2180명으로 지난주 토요일 8만6852명의 4분의 1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집행위원회에 보건 비상사태 선포 권한을 부여하는 새 규정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유럽 보건 연합’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